[사설] 우리은행 살 곳이 없다? 그러면 몇 개로 분할하라

입력 2014-03-27 20:31   수정 2014-03-2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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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 주최로 엊그제 열린 ‘바람직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이란 정책토론회를 보면 이번에도 우리은행 주인 찾아주기는 물 건너 갈 모양인 것 같다. 금융연구원이 제시한 민영화 방안은 그동안 추진해온 일괄매각이 아니라 소위 ‘희망수량 경쟁입찰’이다. 정부가 희망하는 가격과 수량 이상을 써낸 5~10개 입찰자들에게 분산매각하는 방식이다. 일괄매각을 추진해온 정부가 사실상 이를 포기한 셈이다. 이것은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는 소유 경영의 민영화가 아니다. 공적자금 회수에 불과하다.

12년을 끌어온 우리은행 민영화가 또 막힌 것은 정부의 일괄매각 방침이 현실성을 결여한 데 원인이 있다. 우리은행의 정부 지분 57%를 전부 인수하는 데 6조~7조원, 경영권을 확보하는 30%를 사는 데도 3조~4조원이 든다. 살 만한 기업은 다 팔다리가 묶여 있고, 금융전업가 그룹도 이만한 자금을 동원하기 어렵다. 해외 사모펀드에 넘기는 것은 안 파느니만 못 하다. 2010년 이후 세 차례 매각에 실패하고 도로 분산매각이 된 이유다. 시간만 허비했다.

우리은행을 살 만한 곳이 없다는 점은 뒤집어보면 자본시장에 비해 은행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정부가 메가뱅크 운운하며 은행 대형화에 치중한 결과, 누구도 살 수 없는 덩치가 됐다. 아무리 팔고 싶어도 매각은 사는 사람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다. 일괄매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면 지분을 여러 곳에 나눠 파는 분산매각이 아니라, 아예 은행을 작게 쪼개 각각의 주인을 찾아주는, 은행을 분할해 매각하는 쪽으로 가야 맞다. 그렇다면 금융전업가 그룹들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못 살 이유가 없다. 교보생명도 있고, 미래에셋도 있고 한투증권도 있다.

정부가 우리은행을 민영화할 의지가 있다면 진작에 그에 걸맞은 환경을 조성했어야 정상이다. 말로는 민영화를 외치면서 정작 필요한 법적·제도적 환경은 전혀 갖추지 않았다. 매번 살 만한 곳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런 식으론 20년, 30년이 지나도 답이 없다. 혹여 은행을 무주공산으로 남겨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속내는 아닌지 궁금할 정도다. 이 기이한 부조화를 누가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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