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관중이 이기는 게임

입력 2014-03-27 21:12   수정 2014-03-28 05:04

게임화기법 비즈니스 자주 활용
모두 '윈-윈' 하는 묘수가 상책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LA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개막 첫 등판서 멋진 승리를 거뒀다. 내일이면 국내 프로야구 정규시즌도 시작한다. 백구의 향연에 많은 사람들이 설레고 열광할 것이다.

야구를 비롯해 게임은 재미있다. 구경하든, 직접 하든 관중은 선수들의 미기(美技)와 투지에 눈이 즐겁고, 선수들은 승부와 순위 그리고 보상이 걸린 터라 온몸이 짜릿짜릿하며 즐겁다. 그래서 재미없고 따분한 일에 게임 요소를 도입해 등수나 등급을 매기고 즐겁게 하도록 하는 ‘게임화’(gamification) 기법이 비즈니스와 조직 운영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일을 자발적으로 잘하려는 동기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게임의 재미를 가미해 독려하는 방법이다.

이런 게임의 결과 점수에 의한 승자는 한 사람(팀)뿐이다. 그러나 게임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기준으로 할 땐 승자가 둘이 될 수 있다. 점수로는 졌어도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면 둘 다 이긴 게임을 한 셈이다. 이른바 ‘윈-윈’(win-win) 한 것이다. 거래나 협상에선 혼자 이기는 것보다는 파이를 키우고 유·무형의 가치를 찾아내 나눠 가짐으로써 둘 다 이기는 것을 상책으로 본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선수와 팀만 윈-윈 해서는 곤란하다. 선수나 팀에는 윈-윈이지만 관중은 패배의 쓴잔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두 팀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비싼 입장료를 낸 관중은 어떨까. 재미없는 게임에 분노할 것이다.

범죄 공모자가 상대를 신뢰해 입을 꽉 다문 덕에 모두 가벼운 형만 살고 희희낙락하며 감옥에서 나온다면 시민들은 불안에 떨 것이다. 가격을 담합해 두 기업이 배를 불리면 그 부담은 소비자 몫이다. 그들이 윈-윈을 위해 만들어낸 ‘기생적’(寄生的) 가치 때문에 남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조달시장에서도 기업 간 공모를 통해 이런 불공정한 윈-윈이 일어나지 않도록 늘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선수와 팀뿐 아니라 게임을 지켜보는 관중 입장에서도 이기는 게임이 돼야 진정한 윈-윈이다.

민형종 < 조달청장 hjmin@kore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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