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3000만명 시대입니다. 자동차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제는 자동차와 함께 있는 것이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단순히 운전하는 시대에서 즐기고 공유하는 시대로 바뀐 것입니다. 동호회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친목 도모, 정보 교류,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경닷컴이 경상용차 다마스부터 수입차 성장을 이끌고 있는 아우디까지 다양한 차종의 동호회를 찾아 그들이 풀어놓는 재밌는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 김정훈 기자 ] "저쪽으로 올라가면 (바위) 안닿아요?… 안돼! 바위 치우고 반대로 후진해서 이쪽으로 올라와"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쌓여있는 경기도 가평의 주금산 계곡. 지난 23일 낮 이 곳을 지나던 카이런 한대가 오르막길에서 꼼짝없이 멈춰섰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앞바퀴가 큰 바위에 가로막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노련한 오프로드 고수가 후배에게 운전 방법을 알려줬다. 동료들이 차량 앞 범퍼에 튜닝한 윈치와이어(차량 구난 장비)를 이용해 바위를 옮긴 후 길을 만들어 주고 나서야 차량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럽카이런 오프로드 모임 회원들은 이날 주금산 오프로드 코스를 찾았다. 계곡과 험로가 이어진 왕복 6㎞ 오프로드는 장장 2시간이 소요됐다. 짧은 거리였지만 오프로드를 완주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오프로드 도중 구난 차량이 발생하는 아찔한 시간도 감안해야 했다.
◆ 내 차 한계 도전하는 짜릿함
'쿵쿵~' 차체 하부에 바위 찍히는 소리가 유난히 많이 났다. 승차감은 최악이었다. 분명 카이런이 못 지나갈 것 같은 계곡인데도 거침없이 지나갔다.
베테랑 오프로더 김규철 씨(52)는 운전의 달인이었다. 기자가 동승한 김 씨 차량은 일반인이 보기에 전혀 불가능할 것 같던 바위 더미도 요렁껏 피해갔다.
"같은 카이런이라도 튜닝 상태나 운전 기술에 따라 편하게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어렵게 지나가는 사람도 있죠. 주금산 코스는 그나마 편한 축에 속해요."
오프로드 중에 무전 송신기 사용도 잦았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휴식을 원할 때 정보를 주고 받는 교신 기능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오프로드를 즐기기 위해선 리프트업(차체 높이기) 등 튜닝은 기본이다. 불법 구조가 아닌 범위 내에서 오프로드에 최적화 된 튜닝이 필요하기 때문. 튜닝 안된 차로 오프로드를 덤볐다간 낭패를 당하기 쉽다. 험로를 지날 때 차체 하부의 파손을 막아주는 단단한 보호막은 필수적이다.
◆ 카이런 매력에 푹 빠진 오프로더들
김규철 씨는 오프로드 차량으로 카이런 외에 지프 루비콘을 한대 더 갖고 있다. 그러나 오프로드를 떠날 땐 루비콘 보단 카이런을 주로 탄다고 털어놨다.
그는 "겉모습은 루비폰이 멋있고 카이런은 '똥차'인데 오프로드 갈때마다 카이런에 애정이 더 간다"며 "오프로드 달려보면 실제 성능도 루비콘보단 카이런이 낫다"고 귀뜸했다.
구형 스포티지를 타다가 2008년 카이런으로 교체한 김연풍 씨(57). 그는 "오프로드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활력소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내와 함께 온 그는 "강원도 연천 지장산을 갔을 때 등산객이 차가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한다는 말을 웃스갯 소리로 내뱉더라"며 "주인이 차를 잘 만나서 오프로드 매력에 빠졌다고 생각했음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오프로드를 뛴 팀원 중 막내였던 장재오 씨(42)는 오프로드를 즐긴지 올해 6년차. 그는 승용차를 타다가 카이런을 구매한 뒤 오프로드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우리 팀원들을 보면 자영업이 많습니다. 연령대는 4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주로 활동하고요. 오프로드를 즐기려면 시간적 여유나 경제적인 부분도 감안해야 합니다. 튜닝 장비를 들여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
◆ 전국 오프로드 명소를 우리가 접수한다
카이런 오프로드 동호회는 클럽카이런의 소모임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카이런을 좋아하고 오프로드를 즐기는 애호가들이 매주 주말마다 전국 각지로 여행을 떠난다.
모임은 2006년부터 시작돼 벌써 8년이 넘었다. 무쏘 후속으로 나온 카이런은 쌍용자동차가 2005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단종된 차종으로, 4륜구동 특성상 험로 주행에 강하다.
오프로드는 혼자 할 수 있는 취미가 아니다. 적어도 5~10명씩 한 팀을 이뤄 움직인다. 만일 오프로드 도중 구난 상황이 발생하면 동료들이 도와줘야 하기 때문. 따라서 현장에서 마주치는 낮선 사람들과도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면서 동료애를 느끼곤 한다.
이들은 오프로드를 할만한 장소가 있으면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 어디든 찾아 나선다. 즐겨 찾는 명소로는 가평 주금산을 비롯해 인제 아침가리골, 파주 탱크장, 충남 금산 양각산, 경북 칠포 빨래판코스 등을 꼽았다.
"지금은 환경파괴다 뭐다 하면서 갈 수 있는 코스도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지역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각종 농촌체험 등을 핑계로 인위적으로 막아버린 코스가 많아요. 그나마 지금도 갈수 있는 오프로드 코스를 자주 가는 편이죠."
김씨는 다음주도 오프로드를 떠난다고 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도전하는 게 오프로드의 참맛"이라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계절의 풍광을 맛보는 것도 즐거움"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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