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진 정치부 기자) 김황식 캠프가 ‘확’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타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던 김 전 총리 측 캠프가 공세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27일 김 전 총리가 당의 경선 관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경선 잠정 중단에 들어가자 캠프 참모진들은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에 대한 ‘물어뜯기’를 시작했습니다. 캠프 측도 두 후보의 ‘박심(朴心)지원’ 공격에 더 이상의 방어로는 안 되겠다 싶은 심정이었나 봅니다.
김황식 캠프 참모진들의 첫 번째 공격 대상은 이혜훈 최고위원이었습니다. 이 최고위원이 주소지를 서초구 반포동에서 정몽준 의원의 지역구인 동작구 사당동(동작 을)으로 이전하면서 당 안팎에선 이 최고위원과 정 의원 간 선거구 ‘빅딜’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던 김황식 캠프 측은 28일 “이 후보가 이사한 날짜조차 명확하게 밝히지 못해 ‘빅딜설’이 증폭되고 있는데도 특정 캠프(김황식 캠프)를 소문 증폭의 진원지인 것처럼 모함하면서 ‘고소’ 운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이 최고위원은 이사 날짜를 묻는 기초적 사실관계부터 명확하게 대답하라”며 공격 수위를 높였습니다.
29일엔 공격의 화살을 정몽준 의원에게 돌렸습니다. 김황식 전 총리 측은 정몽준 의원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0억 원가량의 광고비를 집중적으로 지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선거와 거리가 먼 시기에는 없었던 광고 집행이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늘어난 건 정 의원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겁니다. 내용을 보고받은 김 전 총리도 “경선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 않느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김 전 총리 측이 타 후보들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아름다운 경선’이 자칫 ‘네거티브 경선’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네거티브는 안 된다’며 드러냈던 발톱을 다시 숨겼습니다. 김 전 총리는 “두 후보에 대한 부분은 특별히 보고받지 못해 잘 모르겠다”며 “아름다운 경선을 위해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네거티브 공세는 있어선 안 된다는 게 자신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 광고비 문제도 “얼핏 이야기만 들었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먼저”라면서 “문제들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해 신중히 해야 한다”고 공세에서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습니다.
김 전 총리의 경선 참여 재개로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에선 ‘공정선거’, ‘아름다운 선거’를 운운하는 김 전 총리가 뒤에선 캠프 측근들을 통해 네거티브를 주도하는 모습을 다시 반복한다면 국민들이 ‘행정가형 시장’보단 ‘겉과 속이 다른 시장’이란 이미지로 김 전 총리를 떠올리게 되진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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