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생산기지 왜 베트남에 집중하나

입력 2014-03-30 18:30   수정 2014-03-31 03:21

中에선 반도체·LCD 등 장치산업 키워
부품 자체생산도 확대 … 협력사는 '불만'



[ 남윤선 기자 ] 삼성전자가 베트남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재편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의 하나다. 프리미엄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중·저가 휴대폰 분야에서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는 점을 고려해 생산 경쟁력을 더 높여 경쟁사를 압도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은 가전도 인건비가 싸고 세금 혜택이 많은 베트남에서 생산함으로써 생산 단가를 낮추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제품별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지금까지 외부에서 조달하던 일부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경쟁력으로 경쟁사 압도”

삼성전자가 휴대폰 생산 거점을 베트남에 집중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인건비다. KOTRA에 따르면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최근 몇 년간 많이 올랐음에도 월 90~120달러 선으로 중국 평균 약 300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인구 9000만명 중 30세 이하가 50%를 웃돌 정도로 젊은 노동인구가 풍부하다. 문맹률이 10% 이하여서 인력의 질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사람들은 성실하고 손재주가 좋아 생산성이 주변 국가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인건비는 더 싸지만 첨단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휴대폰 생산 목표를 지난해 약 4억5000만대에서 10% 늘린 5억대로 잡고, 이 중 3억대 이상을 베트남에서 만들 계획이다. 특히 베트남에서 만드는 휴대폰 중 60~70%를 스마트폰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경쟁사보다 훨씬 싼 중·저가형 스마트폰을 내놓는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전도 비슷한 전략이다. 앞으로 세계 가전시장의 가장 큰 고객으로 동남아의 중산층이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선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하지만 태국은 장기화되고 있는 정국 불안으로 안정된 생산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인건비도 급속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광주 공장의 청소기와 중국 쑤저우 공장의 PC 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중국 각지에 있는 가전 공장들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가까워 현지 부품 업체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가 싸고 인력 수준이 높은 베트남이 우선 투자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사업을 강화한다고 해서 ‘탈중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정대로 상반기 중 시안 반도체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공정은 중국 생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장치산업이어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품 자체 생산 추진

수익성 하락을 막아야 하는 삼성전자는 제품별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자체 생산하는 부품 수도 점차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휴대폰 공장에 이미 많은 사출기를 설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전에 협력업체에서 사오던 사출 부품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쓰이는 콘덴서 등 부품도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은 다수의 협력사와 함께 일할 만큼 인프라가 좋지 않아 정교한 휴대폰 부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품 자체 생산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감을 잃게 되는 협력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태국의 한 삼성전자 협력사는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의 가전부문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아들였는데 최근 삼성전자가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상당수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것으로 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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