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판단 문제 안삼아
규제완화 뒷받침 나서
[ 도병욱 기자 ] 감사원이 정부 정책의 정당성에 대해선 감사를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의 포괄적인 감사 범위가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곧바로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감사원 내 태스크포스(TF)팀에서 정책감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범위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사 범위가 지금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내달 중 이런 내용이 담긴 감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감사를 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수립 과정에서 이뤄지는 공무원들의 전문적 판단이나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정치적 결정 등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미다.
감사원이 스스로 감사 범위를 조정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 여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음에도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우려해 규제개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감사원이 직접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정책이 실행되는 과정에 대한 감사는 계속 진행하지만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의 재량권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취지”라며 “감사 범위가 뚜렷해지면, 공무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개혁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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