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혼란 가중 우려도
[ 윤아영 기자 ] 줏대 없이 ‘판박이’ 신용등급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한 기업에 각각 다른 등급을 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양 계열사 기업회생신청(법정관리) 사태 이후 신용등급 적정성 논란이 커지자 각자의 논리에 기반한 차별화에 크게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30일 현재 국내 신평사들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세 가지 서로 다른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13일 ‘BBB(나이스신용평가)’와 ‘BBB-(한국기업평가)’로 평가받은 데 이어 이튿날에는 ‘BB+(한국신용평가)’를 받았다. 기존 등급은 모두 ‘BBB+’로 같았다.
현대상선과 똑같이 ‘BBB+’였던 한진해운 신용등급도 이달 들어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각각 ‘BBB’, ‘BBB-’로 평가하면서 세 가지 등급을 보유하게 됐다. 한 기업이 세 가지 등급을 받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동안 가끔 차이가 생겨도 신평사 한 곳이 한 단계(notch) 다른 등급을 매기는 수준이었다. 신평사들이 사전 합의와 눈치 보기로 입을 맞추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많았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업계 이슈 기업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해 신평사들이 각자의 논리로 다른 등급을 매긴 것”이라면서 “신평사들이 이전보다 등급 차별화에 신경을 쓰고 있어 이번처럼 등급이 갈리는 경우가 이전보다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운업체들의 재무 안정성이 급격히 나빠져 향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신평사들조차 지금 해운업체가 처한 상황이 나아질지 더 나빠질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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