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3% 안팎…지방채 판매하면 당일 동나
[ 조재길 기자 ] 만기 1년 미만의 국공채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게걸음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개인 자산가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리는 정기예금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 불과하지만 안전하면서 환금성이 좋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30일 우리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달 말 출시한 ‘단기 국공채펀드’에는 매일 10억~20억원의 개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목표 수익률이 연 3%를 밑도는데도 한 달 만에 설정액이 300억원을 넘어섰다.
심윤보 우리자산운용 마케팅본부 팀장은 “우리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만 판매하는데도 문의가 많아 깜짝 놀랐다”며 “일반 예금에 가입하면 만기까지 기다려야 약속했던 이자를 받지만 이 상품은 가입 후 90일만 지나면 환매수수료 없이 해지할 수 있다는 게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만기가 1년 이내인 국공채 단기금융 펀드 잔액은 24조8873억원(27일 기준)으로, 작년 말보다 17.1% 늘어났다. 올 들어 매달 1조원 넘게 불어나고 있다. 2012년 말과 비교해선 41.3% 증가한 수치다.
만기 1년 미만의 국공채가 인기를 끄는 것은 국내외 증시가 불안정해지면서 안전상품에 대한 개인 및 기업들의 수요가 커진 게 첫 번째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기가 짧기 때문에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현재 단기 국공채 금리는 신용도에 따라 연 2%대 중반에서 3%대 후반 수준이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을 보증하는 만기 1년짜리 지방채의 경우 금리가 연 3%대 후반으로 높은 편”이라며 “이런 채권 판매를 개시하면 당일 오전에 동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시중 자금이 국공채로 몰리거나 단기 부동화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 등으로 유입돼야 할 장기 투자자금이 감소하고 회사채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어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시중 자금이 자꾸 단기 상품에만 몰리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이런 추세가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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