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방황하는 칼날’ 피해자와 가해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입력 2014-04-01 15:34  


[최송희 기자] “자식 잃은 부모에게, 남은 인생은 없습니다.”

뉴스에서는 믿을 수 없는 사건사고들이 전파를 탄다. 살인사건, 폭행 등은 더 이상 놀랄만할 일이 아닌 지금. 한 중학생 여자아이가 살해됐고, 범인은 18세 소년들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해친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그들과 마주하고 있다. 과연 누가 ‘피해자’라 불릴 수 있을까?
 
영화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성폭행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를 그리고 있다.

이상현(정재영)은 수 년 전, 암으로 아내를 여의고 딸과 단 둘이 생활하고 있다. 바쁜 일상으로 딸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다반사. 늘 딸에 대한 애정과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지만 그에게 제대로 표현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경찰은 상현에게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한다. 그의 딸 수진이 성폭행을 당한 채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 상현은 믿을 수 없는 현실과, 자신의 무능함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저 기다리라는 경찰에게 의지할 수도, 믿을 수도 없는 상현에게 문자 한통이 전달된다. 딸을 죽인 범인의 이름과 주소지.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동명의 원작 소설과는 다른 구조를 띄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비판의식으로 일본 사법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이정호 감독의 ‘방황하는 칼날’은 이야기의 전반을 아우르는 사회의 보편적 모순점을 짚어내며 소통을 시도한다.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이정호 감독은 “비디오를 보고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과 광장에서 대치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달라졌다”고 말한 바 있다.

소설 속 아버지는 행동보다는 감정, 독백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야기로 가져올 만한 게 없었다는 것.

이정호 감독은 “이야기는 달라졌지만 원작의 정서는 살리고 싶었다“며 ‘방황하는 칼날’이 가진 감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타의 복수극들이 ‘계획된 살인’과 치밀함을 가졌다면 ‘방황하는 칼날’ 속 이상현은 그야말로 막무가내의 복수극을 펼친다. 준비되지 않았고, 계획된 것이 아닌 우발적 살인이기 때문에 서툴고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오히려 이상현의 서툴고 막무가내인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돕게 한다. 그가 느끼는 불안과 긴장은 추리 아닌 감정이입이 되며, 사회의 모순에 함께 분노하게 될 것이다.


또한 주연배우인 정재영, 이성민의 연기 호흡도 눈여겨 볼만하다. 두 사람의 연기력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하겠지만, 두 배우가 주고받는 대사며 그 호흡은 새삼 연기력에 대한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런닝타임 122분 간 화면을 채우는 정재영과 이성민의 눈빛과 해소되지 않은 답답함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제 딸을 죽인 아이들은 우리 수진이를 얼마나 기억하고 살 까요?”라는 상현의 말은 이 세상 모든 피해자 가족의 울화와 같다. 이에 억관(이성민)은 상현에게 지켜볼 것을 약속한다. 지켜보는 것, 잊지 않는 것. 그것은 영화 ‘방황하는 칼날’이 관객들에게 약속 받고 싶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4월10일 개봉.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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