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에 대응한 여의도 벚꽃의 자세…"온도 쟀어요"

입력 2014-04-02 16:52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은 기온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건 상식입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의 올해 봄꽃축제를 ‘망친’ 장본인이 바로 3월의 이상고온 현상이라는 게 이를 방증합니다.

예컨대 벚꽃의 개화시기로 ‘4월 8일 개화, 1주일 뒤 15일 만개’라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당초 13~20일로 잡혔던 ‘한강여의도봄꽃축제’는 일정이 3~13일로 긴급 조정됐습니다. 열흘정도 앞당겨 진 거지요.

이 봄꽃축제의 중심이 되는 여의도 윤중로의 1641그루 왕벚나무의 개화 기준목 (영등포구청 관리 118~120번 벚나무의 작은 가지에 3송이 이상 개화)이 기상청 예상보다 11일 앞선 지난 3월 29일 꽃을 피운 탓입니다.

여의도 왕벚나무로 하여금 이처럼 빠르게 꽃망울을 터뜨리게 한 이유는 3월 하순 기온급상승이 지적됐지요.

기상청에 따르면 여의도 기준목이 개화하기 하루 전인 3월 28일 서울의 평균기온은 영상 16.6도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최고기온의 경우 23.8도까지 치솟아 올랐고요. 두 가지 기온은 역대 3월의 관측 기온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록 상위 5위내’를 말하는 극값에서 2014년 3월은 2개 부문 [평균기온=7.9도, 평균최고기온 13.1도]에서 신기록을 작성하며 1위에 랭크됐습니다. 평균최저기온 부문은 역대 4위에 올랐고요.

때문에 기상청도 예측 못한 3월의 기온 급상승이 여의도 벚꽃 개화의 액셀레이터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의도 왕벚나무들은 지난달 기온의 급상승을 어떻게 알고 꽃을 피웠을까? 이 나무들이 ‘온도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 정답으로 들립니다. “무슨 소리?”라고 당연히 의문을 제기할 터입니다.

이는 오늘 4월 2일 ‘이달의 과학기술자상’(미래창조과학부 선정) 수상자인 안지훈 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2013년 9월 미국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안지훈 교수의 발표 논문은 “대기온도 변화를 감지해 식물의 개화 시기를 조절하는 기온 변화 대응 유전자인 이른바 ‘온도계 단백질’을 처음 찾아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안 교수 연구팀이 이를 확인하기 까지 대기온도의 미세한 변화에 따른 개화시기 조절에 대해서는 그 메커니즘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안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식물은 ‘SVP’와 ‘FLM’이라는 단백질이 복합체를 이뤄 대기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의 복합체 형성여부는 기온에 좌우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온변화에 따라 개화의 시기 조절이 이뤄진다는 설명입니다.

SVP (Short Vegetative Phase)와 FLM (Flowering Locus M)은 약간 복잡한 설명이 뒤따릅니다. 이들은 표적 유전자의 정보를 읽어 RNA를 만드는 과정인 ‘전사’ (轉寫=사전적 의미는 글 그림 등을 옮기어 베낌)를 조절하는 인자로 불립니다.

서로 결합하여 단백질 복합체를 만드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FT, TSF, SOC1처럼 개화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FLM 유전자는 기온 변화에 따라 RNA로 전사되는 양이 조절되고 SVP 유전자의 경우 온도가 높아지면 단백질이 프로테아좀에서 활발히 분해되면서 복합체 형성이 저해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프로테아좀 (proteasome)은 기능을 다하거나 잘못 만들어진 단백질 등 세포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세포내 소기구라고 합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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