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화동 기자 ] ‘북두칠성으로 은하수 길어다 차를 달이는 밤(斗酌星河煮夜茶) 차 끓는 연기가 달의 계수나무를 감싸네(茶煙冷鎖月中桂).’
고려 후기의 진각국사 혜심(1178~1234)이 지은 선시의 일부다. 조계종 종회의장을 맡고 있는 향적 스님은 이 표현이 가야산 해인사 지족암(知足庵)에서 맞는 한여름 밤의 정경과 절묘하게 일치한다며 감탄한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빛을 보고 있으면 ‘이것은 실로 우주의 황홀한 선물’이라고 찬탄하게 된다”는 것.

‘빈 누각에 홀로 앉아 달맞이 하니(獨座虛樓待月生) 개울소리 솔바람은 이미 삼경인데(泉聲松正三更) 기다리고 기다리다 기다림마저 없는 곳(待到待窮無待處) 찬 빛이 대낮같이 산 가득 밝아오네(寒光如盡滿山明).’
조선 중기 허응 보우 스님(1515~1565)은 이 시에서 뼛속 깊이 사무쳐 오는 외로움이 일시에 크고 활달한 깨달음으로 바뀌는 경지를 묘사한다. 향적 스님은 “기다림마저 없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당도하려는 깨달음의 거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적 스님은 “존재가 말을 걸어와도 보통 사람은 듣지 못하는데 선사들이 그걸 듣고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 선시”라며 “말씀 언(言)과 절 사(寺)가 합쳐진 시(詩)를 ‘말씀의 창고’라고 하는데 선사들의 시는 ‘말씀의 사원’이요 ‘정신적 사리’”라고 말했다.
향적 스님은 젊은 시절 부르고뉴 지방의 가톨릭수도원에서 1년 남짓 수행한 적이 있다. 그 인연으로 2009년 냈던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 불어판이 올여름 출간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