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욱 기자 ]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가 종목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합병 발표로 하루 새 5% 이상 급등했던 제일모직과 삼성SDI는 “큰 시너지 효과가 없을 것”이란 외국계 리포트가 나온 뒤 이틀 연속 하락했다. 지난 1일 각각 4.04%와 2.80% 떨어진 데 이어 2일에도 제일모직 1.31%, 삼성SDI는 0.32% 하락하며 급등 전 주가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합병 효과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였다. 국내 증권사들이 20여건의 리포트를 쏟아내며 호재로 평가했지만 외국계들이 “합병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모건스탠리),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크레디트스위스)이란 평을 내놓자 시장이 이들을 따라간 것이다.
앞서 크레디리요네(CLSA)는 지난달 18일 LG전자에 대해 ‘폭격은 끝났다(Bombed out)’란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4년간 이어졌던 매도의견을 철회하고 ‘매수’로 입장을 바꿨다. “이제 매도에 지칠 정도며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본다”는 리포트가 나온 당일, LG전자는 4.17% 뛰었다. 이후 12거래일 연속 오르며 9.85% 상승했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가 훨씬 위력적인 것은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외국계 자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계라면 일단 인정해주는 시장 분위기가 있다”면서도 “빠른 매수·매도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승부하는 것이 ‘점잖은’ 한국 증권사보다 반응이 빨리 나오는 이유 같다”고 풀이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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