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전 스마트폰으로 세탁기·청소기 돌리고
TV 보다 "취침모드" 말하면 전원·조명 꺼져
[ 김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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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한 시간 전, 스마트폰으로 세탁기를 작동한다. 집에 오면 세탁이 끝나 있다. 동시에 로봇청소기는 집을 깨끗이 치워 놓는다. 에어컨은 귀가 30분 전부터 작동,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시원한 공기를 즐길 수 있다. TV를 보다 졸려 리모컨에 ‘취침 모드’라고 말하니 TV가 꺼지고 에어컨과 조명이 확 줄어든다.
삼성이 꿈꾸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세상이 현실로 다가온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이라는 IoT 기반 홈솔루션 서비스를 한국 미국 영국 등 11개국에서 동시에 선보인다고 2일 발표했다.
◆모든 전자제품을 한 손에서
스마트홈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오븐 로봇 청소기 등 가전뿐 아니라 TV 조명까지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등을 간단히 터치하거나 가전제품과 대화하듯 문자 채팅으로 연결된 제품과 기기를 움직일 수 있다. 삼성은 앞으로 음성인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삼성의 ‘스마트홈’ 서비스가 주목받는 것은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자제품과 정보기술(IT) 기기를 파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4억5000만대 이상 판매했으며 TV 5000만대 등 6억대에 가까운 제품을 팔았다. 이런 기기가 모두 연동돼 움직인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이 IoT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2014년형 에어컨과 세탁기 오븐 스마트TV 사운드바 갤럭시S5 기어2 등 대부분 제품에서 스마트홈 서비스가 돌아간다. 삼성은 로봇청소기와 냉장고, 조명, 기어 핏(Fit) 등의 기기로 적용 제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은 스마트홈의 플랫폼을 개방하고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해 외부 기업과 개발자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개방형 스마트홈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사장)은 “보안, 에너지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보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스마트홈에서 쓰이는 모든 정보를 암호화하고 제품 간, 제품과 서버 간 암호화 솔루션을 적용했다.
◆만물인터넷 세상 준비
IoT는 만물인터넷(IoE·Internet of Everything)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자제품뿐 아니라 차와 집이 모두 이어진다. 또 지금은 사람이 스마트기기를 통해 조정해야 하지만, 점점 기기들이 서로 소통하는 사물통신(M2M·Machine to Machine)이 확산되며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세상이 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사람을 매개하지 않고 기계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M2M은 자동차 텔레매틱스와 가스·상수도 원격검침 등부터 시작돼 의료 물류 유통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14’ 기조연설에서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은 “만물인터넷은 차나 냉장고 헬스케어 장비들을 잇는 정도가 아니고 그것들을 포함한 모든 것의 조합”이라며 “앞으로 인터넷 혁명이 일어난 뒤 발생했던 변화보다 10배는 더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물인터넷 확산에 따른 사업 기회는 향후 10년간 19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이런 미래를 맞기 위해 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스웨덴 나노라디오와 영국 CSR의 모바일 부문을 인수했다. CSR은 블루투스 분야 세계 2위 회사이고, 나노라디오는 저전력 와이파이 솔루션 개발 업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기계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M2M이 확대될 텐데 그때 가장 필요한 기술이 와이파이 등 연결(connectivity)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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