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Taste
[ 김선주 기자 ] 어윤권 셰프(44·사진)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전문 기술자’라고 지칭했다. 1989년부터 25년간 이탈리아 요리에 정진해온 장인다운 자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어 셰프는 신라호텔에서 연수를 받은 뒤 세종·힐튼호텔을 거쳐 1997년 이탈리아로 유학갔다.
“라치오주립학교에 들어갔는데 제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학교 커리큘럼은 좋았는데 직업학교라 14~19세 이탈리아 청소년들과 함께 공부해야 하는 점이 힘들었어요. 어느 순간 그 아이들에게 제가 ‘이탈리아 말을 잘 못 하는 바보’가 돼 있더라고요. 결국 4~5개월 만에 나와버렸죠.”
전화위복이었을까. 학교를 그만둔 그는 지아니노, 파체 등 이탈리아 유명 레스토랑에 이어 밀라노 포시즌호텔 셰프 드 파티(부문 조리장)로 발탁됐다. 7년여간의 이탈리아 생활을 접고 귀국한 것은 2004년.
2년여 뒤인 2006년 이탈리아에서부터 꿈꿔온 부티크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일부러 청담동에 오픈했어요. 청담동은 대한민국에서 요리와 와인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인 동시에 가장 싼 동네이기도 합니다. 음식점들끼리 경쟁이 붙어서 고급 재료로 만든 요리를 앞다퉈 내놓으면서도 가격은 잘 올리지 않거든요. 그만큼 요리에 대해 잘 아는 미식가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는 고객들이 종종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건네거나 자신이 원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조리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사업가 고객인데 늘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조언해줬습니다. ‘어떤 나라에 가서 문어 요리를 먹어봤는데 문어를 이렇게도 조리하더라’고 귀띔해주는 식이죠.”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다보니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이 동네 고객들은 절대 불평하지 않습니다. 입에 맞지 않으면 조용히 음식을 남기거나 다음에 오지 않는 식이죠. 그게 더 무섭습니다.” 어 셰프가 요즘 초심을 되새기고 있는 이유다. “개업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처음 개업했을 때 생각을 자주 해요. 즐겁게 일하면서도 퀄리티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주문합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 김선주 기자 ] 어윤권 셰프(44·사진)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전문 기술자’라고 지칭했다. 1989년부터 25년간 이탈리아 요리에 정진해온 장인다운 자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어 셰프는 신라호텔에서 연수를 받은 뒤 세종·힐튼호텔을 거쳐 1997년 이탈리아로 유학갔다.
“라치오주립학교에 들어갔는데 제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학교 커리큘럼은 좋았는데 직업학교라 14~19세 이탈리아 청소년들과 함께 공부해야 하는 점이 힘들었어요. 어느 순간 그 아이들에게 제가 ‘이탈리아 말을 잘 못 하는 바보’가 돼 있더라고요. 결국 4~5개월 만에 나와버렸죠.”
전화위복이었을까. 학교를 그만둔 그는 지아니노, 파체 등 이탈리아 유명 레스토랑에 이어 밀라노 포시즌호텔 셰프 드 파티(부문 조리장)로 발탁됐다. 7년여간의 이탈리아 생활을 접고 귀국한 것은 2004년.
2년여 뒤인 2006년 이탈리아에서부터 꿈꿔온 부티크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일부러 청담동에 오픈했어요. 청담동은 대한민국에서 요리와 와인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인 동시에 가장 싼 동네이기도 합니다. 음식점들끼리 경쟁이 붙어서 고급 재료로 만든 요리를 앞다퉈 내놓으면서도 가격은 잘 올리지 않거든요. 그만큼 요리에 대해 잘 아는 미식가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는 고객들이 종종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건네거나 자신이 원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조리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사업가 고객인데 늘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조언해줬습니다. ‘어떤 나라에 가서 문어 요리를 먹어봤는데 문어를 이렇게도 조리하더라’고 귀띔해주는 식이죠.”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다보니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이 동네 고객들은 절대 불평하지 않습니다. 입에 맞지 않으면 조용히 음식을 남기거나 다음에 오지 않는 식이죠. 그게 더 무섭습니다.” 어 셰프가 요즘 초심을 되새기고 있는 이유다. “개업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처음 개업했을 때 생각을 자주 해요. 즐겁게 일하면서도 퀄리티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주문합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