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1994년 국내 상품시장을 개방한 우루과이라운드에 사인했을 때 ‘매국노’ 소리까지 들었죠. 하지만 한국이 통상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김철수 리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 상임고문(73ㆍ사진)은 6일 서울 충정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2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우리과이라운드 협상그룹 의장, 상공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을 지낸 한국의 대표 통상 전문가다.
김 고문은 40여년간 통상 분야에서 일하면서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일화와 담화문, 기고문 등을 엮은 저서 ‘통상을 넘어 번영으로: 경제발전과 한국의 통상’과 영문본 ‘Trade Winds of Change: Korea in World Trade’를 4일 출간했다. 그는 “우루과이라운드 추진 과정에서 ‘시장 개방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흑백논리로 인해 세 명의 농림부 장관과 두 명의 총리가 사직서를 내는 등 큰 혼란이 일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출 시장을 개방해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주요 무역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상공부 차관보 시절이었던 1989년 ‘슈퍼 301조’ 협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농산물 시장과 외국인 투자 분야를 일부 개방해 한국이 불공정무역국가로 지정되는 걸 피할 수 있었다”며 “당시 심각한 무역적자에 빠져 있던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겨웠다”고 했다.
김 고문은 최근 통상 분야 ‘핫 이슈’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여부에 대해선 “뒤늦었지만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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