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애어린이 치료시설 확충을
상태 좋아져도 대기자 많아 치료 그만두는 현실
어린이병원들 100% 적자
설비·인력 많이 들어 병원들 어린이병동 건립 꺼려
체계적 의료전달시스템 미비로 장애진료 1~2년씩 미뤄져
[ 강경민 / 홍선표 기자 ]
뇌병변 1급 장애아인 주하진 양(5)은 전신이 경직되고 근력이 약해 고개 가누기는 물론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다. 미숙아로 태어나 한 달 동안 인큐베이터에 있고 나서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10개월 뒤 또다시 경직성 뇌성마비가 발생했다. 엄마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입원 치료가 불가피하다. 집인 경기 안산시 근처에 어린이병원이 없어 분당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하진이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 병원을 옮겼다. 병원 대기자 수가 많다 보니 한 곳에서 2~3개월 동안만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친인 곽명이 씨는 “하진이가 치료를 받아 좋아질 때만 되면 병원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수익성에 어린이병원은 적자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병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개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대·부산대·강원대·경북대·전북대 어린이병원 및 서울시립어린이병원 등 국·공립 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민간 병원은 어린이전문병원이 아닌 확대된 소아과병원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민간 병원 중 어린이전문병원은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서울아산소아청소년병원, 서울 소화아동병원, 보바스어린이병원 등 네 곳에 불과하다. 이들 병원마저도 대부분 비(非)장애 어린이를 대상으로 치료하고 있다. 장애 어린이의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하는 병원은 보바스어린이병원 한 곳뿐이다.
국내 어린이병원은 100% 적자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어린이병원에서만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민간 병원도 매년 최소 10억원 이상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비용은 많이 드는 데 비해 수익은 적은 ‘고비용 저수가’ 탓이다. 성인과 달리 치료하는 데 손이 많이 가는 어린이병원 특성상 재활치료사 한 명이 하루에 돌볼 수 있는 장애 어린이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성인의 경우 재활치료사 한 명당 하루에 20명 이상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성인과 어린이의 의료수가는 똑같지만 어린이는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인원이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보니 수익이 절반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보바스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보바스기념병원의 손성곤 원장은 “장애 어린이들을 치료할 경우 치료시간 30분뿐 아니라 앞뒤로 한 시간 정도가 더 걸린다”며 “숙련된 재활치료사가 휴식시간 없이 온종일 일해야 인건비가 나오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신체성장과 정서적 발달을 모두 감안해야 하는 만큼 원내 학교, 별도 놀이 공간 등 시설 투자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민간 병원들이 어린이병동 건립을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부분의 어린이병원은 입원병동 운영을 아예 포기하거나 운영하더라도 입원 기간을 2~3개월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다.
체계적 의료전달 시스템 미비
장애 정도에 따른 체계적인 의료전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1~2년간 진료가 미뤄지는 이유다. 방문석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전 국립재활원장)는 “장애가 심한 중증 장애인 위주로 입원병동이 운영돼야 하는데도 외래 진료만으로도 충분한 경증 장애인들이 입원하면서 대기자 수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자녀들에게 치료를 더 많이 받게 하려는 부모의 요청 때문에 불필요한 재활치료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정작 재활치료가 절실한 장애 어린이들의 진료가 늦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서울 등 수도권에 어린이병원이 몰려 있다는 점도 장애 어린이 치료 기간을 늦추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에 각각 네 개와 다섯 개의 어린이병원이 있는 데 비해 인천, 충남, 제주엔 단 한 곳도 없다. 대전, 경기, 강원 지역은 한 곳에 불과하다. 지방에 거주하는 장애 어린이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대도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손 원장은 “재활의학 분야에선 어린이들이 집에서 생활하면서 외래치료를 받는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며 “지방의 열악한 병원 인프라 탓에 입원병동 대기자 수가 몰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경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
상태 좋아져도 대기자 많아 치료 그만두는 현실
어린이병원들 100% 적자
설비·인력 많이 들어 병원들 어린이병동 건립 꺼려
체계적 의료전달시스템 미비로 장애진료 1~2년씩 미뤄져
[ 강경민 / 홍선표 기자 ]
뇌병변 1급 장애아인 주하진 양(5)은 전신이 경직되고 근력이 약해 고개 가누기는 물론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다. 미숙아로 태어나 한 달 동안 인큐베이터에 있고 나서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10개월 뒤 또다시 경직성 뇌성마비가 발생했다. 엄마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입원 치료가 불가피하다. 집인 경기 안산시 근처에 어린이병원이 없어 분당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하진이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 병원을 옮겼다. 병원 대기자 수가 많다 보니 한 곳에서 2~3개월 동안만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친인 곽명이 씨는 “하진이가 치료를 받아 좋아질 때만 되면 병원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수익성에 어린이병원은 적자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병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개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대·부산대·강원대·경북대·전북대 어린이병원 및 서울시립어린이병원 등 국·공립 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민간 병원은 어린이전문병원이 아닌 확대된 소아과병원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민간 병원 중 어린이전문병원은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서울아산소아청소년병원, 서울 소화아동병원, 보바스어린이병원 등 네 곳에 불과하다. 이들 병원마저도 대부분 비(非)장애 어린이를 대상으로 치료하고 있다. 장애 어린이의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하는 병원은 보바스어린이병원 한 곳뿐이다.
국내 어린이병원은 100% 적자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어린이병원에서만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민간 병원도 매년 최소 10억원 이상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비용은 많이 드는 데 비해 수익은 적은 ‘고비용 저수가’ 탓이다. 성인과 달리 치료하는 데 손이 많이 가는 어린이병원 특성상 재활치료사 한 명이 하루에 돌볼 수 있는 장애 어린이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성인의 경우 재활치료사 한 명당 하루에 20명 이상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성인과 어린이의 의료수가는 똑같지만 어린이는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인원이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보니 수익이 절반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보바스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보바스기념병원의 손성곤 원장은 “장애 어린이들을 치료할 경우 치료시간 30분뿐 아니라 앞뒤로 한 시간 정도가 더 걸린다”며 “숙련된 재활치료사가 휴식시간 없이 온종일 일해야 인건비가 나오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신체성장과 정서적 발달을 모두 감안해야 하는 만큼 원내 학교, 별도 놀이 공간 등 시설 투자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민간 병원들이 어린이병동 건립을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부분의 어린이병원은 입원병동 운영을 아예 포기하거나 운영하더라도 입원 기간을 2~3개월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다.
체계적 의료전달 시스템 미비
장애 정도에 따른 체계적인 의료전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1~2년간 진료가 미뤄지는 이유다. 방문석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전 국립재활원장)는 “장애가 심한 중증 장애인 위주로 입원병동이 운영돼야 하는데도 외래 진료만으로도 충분한 경증 장애인들이 입원하면서 대기자 수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자녀들에게 치료를 더 많이 받게 하려는 부모의 요청 때문에 불필요한 재활치료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정작 재활치료가 절실한 장애 어린이들의 진료가 늦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서울 등 수도권에 어린이병원이 몰려 있다는 점도 장애 어린이 치료 기간을 늦추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에 각각 네 개와 다섯 개의 어린이병원이 있는 데 비해 인천, 충남, 제주엔 단 한 곳도 없다. 대전, 경기, 강원 지역은 한 곳에 불과하다. 지방에 거주하는 장애 어린이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대도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손 원장은 “재활의학 분야에선 어린이들이 집에서 생활하면서 외래치료를 받는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며 “지방의 열악한 병원 인프라 탓에 입원병동 대기자 수가 몰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경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