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예상보다 500만대 더 팔아
9월께 나올 화면 커진 '아이폰6'가 변수
[ 김현석 기자 ]
“예상보다 선전했다. 그러나 진짜 게임은 2분기부터다.”
8일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공개되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8% 감소하며 충격을 줬지만, 1분기엔 8조4000억원으로 예상치에 부합한 덕분이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예상보다 많았던 게 1분기 선방한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영업이익이 8조원에 턱걸이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 것도 시장 눈높이를 낮춘 요인으로 작용했다.
관심은 이제 2, 3분기에 쏠린다. 2분기에 갤럭시S5가 얼마만큼 팔릴지, 9월께 나올 4.7~5.2인치 큰 화면의 애플 아이폰6가 삼성의 판매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관전 포인트다.
◆낮아진 눈높이에 부합한 실적
삼성전자는 ‘애플발 폭풍’을 헤쳐나온 2011년 4분기부터 펄펄 날았다. 매분기 실적을 내놓을 때마다 매출이 20~30%씩 뛰었고, 영업이익은 80~100%나 늘었다. 작년 3분기 10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자 ‘괴물’이란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3분기 말부터 주요 수익원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 기미를 보이며 먹구름이 몰려왔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18% 급감한 8조3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신경영20주년 특별성과급’ 8000억원 지급을 감안하면 9조1000억원에 달하는 수치였지만, 이미 삼성을 바라보는 시장 눈높이는 너무 높아져 있었다. 거기다 4분기는 성수기였다.
1분기 비수기를 맞아 증권업계는 눈높이를 낮췄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부합했다. 가장 큰 요인은 스마트폰 판매가 기대보다 양호한 덕분으로 관측된다. 삼성의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9000만대로 예상치를 500만대가량 웃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IM(IT&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은 작년 4분기 5조4700억원에서 5조8000억원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와 TV 사업에서도 예상을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안정적 환율 흐름으로 일회성 비용이 사라진 것도 1분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강력한 비용 감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마케팅비 등 각종 비용을 전년 대비 2~10%까지 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5를 지난 2월 말 스페인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에서 선보인 게 대표적인 예다. 삼성은 갤럭시S 시리즈를 그동안 애플처럼 단독 행사를 통해 공개해왔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이 53조원인 만큼, 1%만 아꼈어도 5300억원을 절감한 셈이다.
◆갤럭시S5에 모든 게 달렸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일 갤럭시S5를 전 세계에 출시한다. 원가와 판매가를 낮춘 갤럭시S5가 첫 달 1000만대 이상 팔리면 2분기 실적은 반등할 수 있다.
KB투자증권은 2분기 갤럭시S5 판매가 본격화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수요도 증가해 매출은 58조원,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갤럭시S5가 잘 팔리지 않으면 실적 개선은 쉽지 않다. 또 2분기 갤럭시S5가 선전해도 3, 4분기엔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애플이 화면을 4.7~5.2인치대로 키운 갤럭시노트 크기의 아이폰6를 내놓기 때문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삼성을 본떠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만들 경우 삼성의 실적이 어떻게 될지 시장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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