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미 기자 ]
코스피지수가 2000선 문턱에서 주춤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1000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서며 2000 돌파를 견인하고 있지만 펀드 환매 물량이 쏟아지며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펀드 환매 물량은 코스피지수가 1980선을 넘어선 이후 매일 1000억~2000억원씩 나오고 있다. 지난 5년간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 투자자들이 지수대에 따라 펀드 가입과 환매를 하는 매매 패턴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뚫고 올라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대외 변수에 따라 요동치는 국내 증시에 장기 투자하기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이런 투자 환경에서는 적립식 투자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게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확인된 적립식 투자의 ‘힘’
뭉칫돈을 한 번에 넣어 투자하는 거치식과 매달 일정액을 붓는 적립식 투자의 장기 성과는 실제로 어떨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던 2007년 10월부터 2014년 4월 현재(3일 기준)까지 6년6개월 동안 매월 100만원씩 인덱스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 경우와 거치식으로 한 번에 투자한 경우를 비교해보자.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0.4% 상승했다. 적립식 투자자의 수익률은 13.8%, 거치식 투자자는 -3.4%로 원금을 까먹었다. 시중은행의 적금 금리가 2% 수준인 상황에서 인덱스펀드의 적립식 투자는 은행 적금보다 일반적으로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각종 대외 변수로 불확실한 투자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갖는다. 적절한 위험관리로 꾸준한 성과를 내는 상품으로 자산배분펀드, 롱쇼트펀드가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시장이 추세적인 상승을 보인다면 이들 펀드의 성과는 일반 성장주 주식형펀드와 비교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적립식 투자로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적립식 투자는 펀드의 적정 투자 시점을 놓고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락장에서는 싼 값에 주식을 사게 돼 평균 매입단가를 낮출 수 있다. 상승장을 맞으면 수익이 극대화되는 ‘코스트 애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이런 효과는 3년 이상 장기 투자 때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쏟아지는 장기 적립식 상품
적립식 투자 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일반적인 적립식 펀드는 정해진 날짜에 일정 금액을 꾸준히 붓는 방식이다. 시장이 등락을 거듭하자, 지수 움직임에 맞춰 분할 매수하는 적극적인 적립식 상품들도 등장했다.
비과세, 소득공제 등 각종 세제혜택을 얻을 수 있는 장기 적립식 투자상품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연금저축펀드, 재형저축펀드에 이어 지난달 선보인 소득공제 장기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퇴직연금펀드와 연금저축펀드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몸집이 불어나고 있다.
특히 개인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연금저축펀드로는 올 들어 1600억원가량이 들어왔다. 전체 설정액 5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5개 펀드의 지난 5년간 평균 누적 성과도 47.28%로 연평균 9%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소득공제 장기펀드도 눈여겨 볼 만한 적립식 투자상품이다. 소장펀드는 수익을 내지 않더라도 소득공제를 통해 연 6%대 수익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전반적으로 펀드 성과가 저조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가 2000선을 뚫고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런 점에서 5년 이상 적립식 투자를 하면 수익이 다시 재투자되는 방식으로 수익률이 더 커지는 복리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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