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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시험을 앞뒀지만 인문학에 대한 대학생들의 열정이 뜨거웠다. 행사 한 시간 전부터 대강당 앞 로비가 북적였다. 1300명이 참석해 대강당 1층을 가득 채우고 2층까지 만원이었다. 7시까지로 예정됐던 지식향연 프로그램은 1시간을 넘겨 8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은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재치 있게 인사하며 등장했다. 학생들은 연신 스마트폰으로 그의 사진을 찍으며 반겼다.
정 부회장은 "열심히 살아오기만 한 청춘들에게 어떻게 하면 제대로 사는지 알려주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기조 연설자로 나서 40분 가량 강연을 했다.
그는 "신세계가 인문학을 들고 나온 이유는 신세계 경영 이념의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 이라며 "고객이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인문학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 세대와 이 문제를 논하며 사회와 청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는 우리가 새로운 답을 창조해내야 하는 시대" 라며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세상을 더 깊게 봐야 한다"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단순해 보이는 스마트폰 디자인 안에도 인간의 본질적인 행동 패턴, 직관에 대한 통찰이 반영돼 있다"며 유수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찾는 이유에 대한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정 부회장은 인문학적 사고력을 갖추기 위해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로 고전을 읽으라고 했다. 그는 "빠른 것에 익숙해 요약본으로 고전을 습득하는 세태가안타깝다" 며 "레미제라블을 읽으면 스토리보다 장발장이 느낀 절박함, 죄책감 등의 감정을 곱씹어야 한다"고 삶과 인간에 대해 깊이 이해할 것을 조언했다.
둘째로 "살피라"를 꼽았다. 현실에 쫓겨 스펙에만 매달리다 인생의 아름다운 것들을 지나치지 말고 인문학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 주위를 둘러보라는 의미였다.
셋째로 "들여다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직접 낭송했다. "대추가 몇 개 열렸는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대추가 맛있게 익기 위해 어떤 갈등과 고뇌와 외로움이 있었는지 보아야 한다" 며 "껍데기가 아닌 본질을 들여다보는 통찰력을 기르라"고 제언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리 없다 /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장석주 시인 '대추 한 알')
정 부회장은 삶과 기업 경영의 바이블로 故 김태길 교수의 '삶이란 무엇인가'도 소개했다. 이 책은 행복의 조건으로 건강, 생활의 안정, 자아의 성장, 공동체 내에서의 떳떳한 구실 등을 꼽고 있다.
끝으로 그는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년들을 '청년영웅'이라 부르며 "지식향연을 통해 뿌리가 튼튼한 청년영웅들이 많이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들의 값진 미래를 키워나가고 대한민국의 멋진 미래를 그리기 위해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정 회장은 이날 대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신입사원 채용 기준도 털어놨다. 그는 "좋은 스펙을 가지고도 모범답안을 외운 듯 앵무새같이 말하는 지원자들이 안타깝다" 고 지적한 뒤 "비슷비슷한 스펙만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통찰력 있고 건강한 주관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을 떠나 지원자의 인간에 대한 이해, 사회·문화에 대한 관심, 끝없는 탐구심을 중요하게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대학생 박선연 씨(한국외대·3)는 "신세계그룹에서 대학생들을 위해 인문학 콘서트를 열고,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민재 씨(서울대·3)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들어서 좋았다"고 후한 평가를 했다.
지식향연은 연세대에 이어 오는 5월 전국 각지 10개 대학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참가자를 대상으로 청년영웅을 선발해 프랑스·이탈리아 그랜드 투어 기회와 입사시 특전을 부여한다.
정용진 부회장 프로필
△1968년 서울생 △경복고,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신세계 전략기획실 대우이사(1995) △신세계 기획조정실 상무(1997)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2000)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회장(2006) △신세계 ·이마트 대표이사(2010) △신세계그룹 부회장(2013)
한경닷컴 오수연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 4년) suyon9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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