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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kyung.com/photo/201404/201404092334u_01.8560046.1.jpg)
기업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은마치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보라가 치거나 안개가 자욱한 도로에서 운전을 하는 처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평상시에 별로 관심이 없던 타이어의 마모 정도, 브러쉬나안개등의 기능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이러한 경제상황에서는 리스크관리(riskcontrol) 기능이 무엇보다고 중요하다. 때로는 이러한 리스크관리 역량에 따라 기업의생존이 좌우될 수도 있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에서 우리는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의 운명이회사의 리스크관리 역량의 차이로 달라졌음을 배웠고 국내에서도 프로젝트 파이낸스 투자나 부실 대기업으로 인한 손실규모가 금융회사 마다 크게 다르다는점에서 리스크관리 수준 및 역량의 차이가 회사마다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들의리스크관리 능력의 차이는 다음 세 가지 부분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번째는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진의관심도이다. 최고경영진의 금융업의 경쟁력 핵심이 리스크관리에 있음을 인식하고 회사의 리스크관리 활동에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조직과 리스크관리를 규제대응의 소극적 기능으로 인식하는 경영진이 있는 조직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리스크관리 능력이 다를수밖에 없다. 외부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에도 단기 성과를 위해 작년과 동일한 이익목표치를 설정하려는최고경영진은 직원들로 하여금 과다한 투자리스크를 감수하거나 고객에게 불완전판매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같다.
리스크관리에대한 이해가 높은 경영진이라면 변화된 환경에 맞춰 이익목표치를 조정하고 목표치 대비 실적이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여 이를 바탕으로 주주들을 설득해나가야할 것이다. 실제 글로벌 은행들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목표 이익률(ROE)을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고경영진의 무리한 이익목표치 설정이 2~3년 후에 회사를 부실자산의 늪으로 몰아 가고 결국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이제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두번째는 리스크관리 전문인력에대한 투자이다. 이는 양과 질을 모두 포함하는데, 국내 기업들중에는 자산 규모가 수십 조에 이르면서도 두 세 명의 리스크관리 전문인력만 보유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역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필요할 때 아무리 브레이크를 밟아도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하기는어려울 것이다. 또한, 일정한 수의 리스크관리 인력을 확보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경험과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복잡하고 불확실성이높은 시기에는 과거 데이터나 통계모델에만 의존하는 리스크관리는 잘못된 경영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도 문제가 되었던 그 많던 파생상품 증권들은 모두 AAA의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었음에도과거 데이터나 통계모델은 이들 증권에 내재되어 있던 위험을 포착하는데 실패하였다.
현재와 같이 앞날에 대한예측이 어려운 시기에는 수 만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각각의 시나리오에 발생 가능성을 낮게 부여하는 시뮬레이션 모형보다는 회사의 핵심 업무(value chain)에 내재되어 있는 치명적인 위험요인을 찾아 내고 그에 대한 회사의 대응력(resilience)을 평가할 수 있는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리스크 전문인력이 훨씬 중요하다. 즉, 충격 영향도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식별하고 이의 발생 가능성을리스크 전문가들이 모니터링 하는 체계가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출이나 투자 심사를 포함한 리스크관리 체계 전반에 대해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제3자에 의한 검증 기능(validation)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저금리로 인한 이익창출 기회가 제한된 상황하에서 투자나 대출의 심사기준(underwritingstandards)이 완화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의존한 투자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에 따라 현재의 리스크관리 체계가 이러한 위험요소를 적절히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회사 마다 리스크관리 통찰력을갖춘 전문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므로 리스크관리 체계에는 항상 일정한 허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는 리스크관리자의 경험과 지식 부족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개발 당시에는 최선이었다고 할지라도 외부환경이 바뀌고내부 영업환경도 변화해서 관리체계의 적정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의 리스크관리 체계는주기적으로 그 적정성을 회사 내 리스크관리와 독립적인 조직인 검사부 등에서 점검하거나 회사 내 검증능력을 갖추기 어렵다면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받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이미 주어져있는 불확실한 외부환경을 탓하고 있을 순 없다. 눈보라와 안개가 자욱하더라도 목표지점을 위해 우리는운전을 계속 해야 하고, 안전하게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능과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출발하고 나서 내리막 길을 만나고 나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걸 알게되면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을 것이다. 그로 인한 대가는 너무 가혹한 것임을 우리는 과거 경험으로부터배워야 한다.
이승국 Booz & company 상무(경제학 박사)
[약력]
- F1 컨설팅, 컨설팅본부, 이사
- Ernst & Young, FSRM, 이사
- 금융감독원, 신BIS실, 선임조사역
- Booz Allen Hamilton, 연구위원
- 연세대학교 영문학/경제학
- 연세대학교리스크교육프로그램(AFRM, CRAP) 코디네이터및책임강사
- 저서:『금융리스크 : 측정과관리』(세경사), 2002.
『카오스와금융시장』(세경사), 2002.
『신용리스크 : 측정과관리』(세경사), 2003.
『운영리스크 : 측정과관리』(세경사), 2004.
『바젤 2와리스크관리』(경문사), 2006.
『금융그룹의운영리스크관리』(박영사), 2012.
그외다수의경기변동, 복잡계경제학, 리스크관리관련논문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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