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군단 '환율' 직격탄…삼성전자·현대차 털썩

입력 2014-04-09 15:11   수정 2014-04-09 16:02

[ 권민경 기자 ] 국내 대표 수출업종인 전자·자동차주(株)들이 9일 주식 시장에서 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040원 대로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들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기업들이 받는 충격 강도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만3000원(1.65%) 밀린 13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1~2%씩 떨어졌다. 현대차기아차는 2% 넘게 내렸다.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050원을 하향 돌파하면서 전차주들에 경고음이 울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함께 1050원 선이 깨졌다. 1046.00원에 출발해 1041원대까지 하락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8월18일(장중 저가 1041.50원)이후 5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장 중 10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수출주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며 "하락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자동차, 전자 등 대표 수출업종 주가도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고 신흥국 금융 불안은 잦아들면서 원화를 포함한 신흥시장 통화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충격을 줄이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환차손 걱정 없이 국내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의 상당 부분이 환차손으로 날라가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환율 탓에 7000억 원 규모의 환차손이 발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850억 원, 270억 원의 환차손을 입어 1120억 원 규모의 이익이 고스란히 사라졌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적정 환율을 놓고 보면 원화는 여전히 저평가 돼 있다"며 "올해 103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기업 실적에도 변동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원화 강세 자체가 무조건 악재는 아니다"며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다는 측면에서 주식 시장 전반의 수급 여건은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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