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 기자 ] 아파트 환매(분양업체가 일정 기간 뒤 아파트를 되사는 것) 여부를 놓고 입주자와 분양업체 간 다툼이 이어졌던 경기 고양 식사지구 ‘위시티블루밍’ 환매 갈등이 일단락됐다. 시행사인 청원건설 등이 분양대금을 입주민에게 되돌려주기로 했다. 환매 분쟁이 본격화한 2012년 이후 소송 없이 해결된 첫 사례다. 환매형 아파트는 입주자가 2~3년간 살아본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분양업체가 되사주는 조건의 주택이다.
10일 위시티블루밍 환매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위원회와 아파트 시행사인 청원건설, 대양건설, 더누림 등은 고양시청에서 위시티블루밍 아파트의 환매계약을 위한 ‘환매계약 이행 합의 협약서’에 서명한 뒤 환매대책위와 교환했다. 이로써 환매 특약을 했던 60여가구 주민들은 모두 분양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단지는 2년간 거주한 뒤 입주민이 환매를 요구하면 납부 원금을 포함한 분양가 전액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2012년 분양됐다. 하지만 환매 이행일이 다가왔음에도 시행사가 재정난을 이유로 환매를 거부해 주민들과 분쟁을 겪었다.
계약 당시 시행사는 중도금 대출이자를 부담하는 대신 집 명의를 입주자로 하도록 했기 때문에 환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민은 중도금 대출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시행사와 주민들이 3개월 넘게 줄다리기를 벌이고 정치권과 고양시까지 개입한 끝에 결국 합의가 이뤄졌다. 위원회 관계자는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고양시청 등이 위원회 및 시행사 측과 4자 협의회를 구성했고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은 주택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양대금의 10%가량을 현금성 자산으로 우선 돌려받는다. 나머지 금액은 주택 매각을 통해 받기로 했다. 예를 들어 전용 123㎡를 6억5000만원의 분양가에 들어간 입주민은 6500만원을 우선 받을 수 있고, 나머지 5억8500만원은 현재 시세(5억원)대로 팔아 돌려받는다. 시행사는 이 과정에서 생긴 8500만원의 손실을 떠안는다.
이번 합의는 전국적으로 2만여가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환매형 아파트 분쟁 해결의 모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같은 식사지구의 위시티자이 등 환매 만기일이 다가오는 다른 단지에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환매형 아파트
분양금액의 20~30%를 전세금 명목으로 내고 2~3년간 살아본 뒤 구매를 결정하는 방식의 아파트. 임대 계약이 아닌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에서 일반 전세 아파트와 다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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