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의약품 도매상 출발
텔아비브 증시 상장 후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대박
미국 → 유럽→신흥국으로 전략적 인수합병 박차
복제약 안주않고 연구개발…'메가 드러그' 잇따라 내놔
유럽 제네릭 6개중 1개…미 처방 7개중 1개 차지
[ 김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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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산업이 있다. 제네릭(복제약) 시장이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 만료에 대비해 비슷한 성분과 함량으로 만들어낸 약이다. 단순한 모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리지널보다 약값이 싸 특허가 풀리는 순간 ‘블루오션’이 된다.
글로벌 제약사의‘블록버스터급 신약’특허가 2010~2012년 대부분 만료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일찌감치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제네릭 시장은 연평균 9.7% 성장해 2016년 3500억달러(약 365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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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예루살렘서 도매 시작
테바는 1901년 예루살렘에서 탄생했다. 이스라엘 건국(1948년)보다 훨씬 이전에 설립된 장수기업이다.
테바는 원래 수입의약품 판매에 의존하는 소규모 도매상이었다. 1940년대까지는 주로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약을 사다 동네 약국에 납품하는 게 전부였다. 1951년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텔아비브 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했다.
1980년대까지는 자국 내 M&A로 덩치를 키웠다. 내수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국책연구소인 와이즈만연구소와 산학협력으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를 들고 미국에 진출했다. 이 제품은 해마다 4조원어치가 팔리는 ‘메가 드러그’로 성장했다. 신약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2005년 미국 내 제네릭 1위 업체 ‘아이백스’를 74억달러(약 7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네릭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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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국 선점
테바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부터 접근했다. 생산시설과 유통망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던 1984년. 미국에서 보험재정 건전화를 목표로 하는 ‘해치-왁스만 법안’이 통과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이 법안은 가장 먼저 복제약을 출시하는 제약사에 6개월간 독점 판매권을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테바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 거대 기업 W R 그레이스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고 1985년 말 미국 제약회사 레몬을 인수했다. 이 인수를 계기로 미국 시장 진출의 길이 열렸다.
1990년대에는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북미와 유럽 등에서 M&A에 나섰다. 2000년대 이후 10년간 시코르, 아이백스, 바르 등 대형 제약사를 잇달아 인수했다.
2000년대에 가장 집중한 지역은 유럽이다. 테바는 2002년 프랑스 바이엘크래식스, 2004년 이탈리아 도롬, 2008년 스페인 벤틀리와 미국 바르, 2010년 독일 라티오팜 등을 M&A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독일 제네릭 2위 업체인 라티오팜 인수 때는 화이자와 액타비스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승기를 잡았다.
2000년대 이후 테바의 외형은 10년간 10배 성장했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차별화된 효능의 신약을 개발해 몇 년간 독점 판매 권한을 누릴 동안 고품질 저가제품으로 승부를 건 결과다. 테바는 마케팅에 쓸 비용을 고품질 저가제품을 개발하는 데 쓰고, 대신 영업력이 뛰어난 제약사들을 인수해 신규 시장에 진입했다.
2011년 일본 3위 복제약 기업인 다이요를 인수하면서 아시아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2012년 북미 지역에서 49억달러, 유럽에서 34억달러, 신흥시장에서 2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R&D 투자로 ‘메가 드러그’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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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바는 복제약을 넘어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공을 들였다. 최고 수준의 R&D 기반을 갖춘 이스라엘 학계와 손잡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학계의 연구 성과를 적극 활용한 결과 세계 시장에서 ‘메가 드러그’ 위치에 오른 코팍손과 아질레트가 탄생했다. 코팍손은 다발성경화증의 시장 리더고, 아질렉트는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약이다. 코팍손은 현재 50개국에서, 아질렉트는 현재 4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속적인 생산설비 투자는 테바의 전략적인 자산이 됐다. 단순 복제약을 만들어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완제의약품의 원료 의약품을 내부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지를 만들어 원가 절감과 공급체계 최적화를 실현했다.
테바는 인수한 기업의 기술력을 또 다른 창조의 원천으로 썼다. 아이백스 인수로 호흡기 사업에 진출했고, 세팔론 인수로 특수질환사업에 진출했다. 테바는 프록터앤드갬블(P&G)과도 합작해 헬스케어 사업에도 진출했다. 테바의 뛰어난 기술력과 P&G의 마케팅 네트워크가 만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신약 개발 전략의 연장으로 양질의 의료기기와 의약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솔루션 사업에도 진출했다. NTE(New Therapuetic Entity)라 불리는 혁신 전략은 새로운 전달방법과 독특한 조합, 의료 기기의 개량을 통해 기존 약물을 개선하는 것이다.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물로 기존 약물을 재탄생 시킨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테바는 지난해까지 인류 1명당 10개 이상에 해당하는 약 730억개의 의약 캡슐을 생산했다. 현재 헝가리 이탈리아 미국 체코 인도 멕시코 모나코 중국 등에 21개 원료생산시설을 보유하고 300여개의 의약품 원료를 생산한다. 특허 건수만 800개가 넘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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