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용 시스템 한층 강해졌다…'계급장' 떼고 회의"
이석원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사진)은 지난 9일 <한경닷컴> 기자와 만나 무엇보다 탄탄해진 운용시스템이 수익률 제고의 밑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각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혀주고 그 분야 최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매일 운용의 흐름을 조정하는 포트폴리오 회의에서도 소위 '계급장' 떼고 자유롭게 토론합니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하이자산운용 운용체제 개혁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포트폴리오를 대거 교체하고 모든 직원이 특정 섹터의 운용역이 되도록 시스템을 뜯어 고쳤다. 하이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5위권으로 도약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 "반전 노리는 국내 증시…'성장' 날개 단 기업에 투자"
이 본부장은 유행을 좇는 상품을 시장에 쏟아내기보다 투자 원칙을 꾸준히 지켜낸 것도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의 고집은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쌓은 업계 경험에서 비롯된다.
"쏠림 현상이 심한 펀드시장에 휩쓸리다간 처참히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현재 시장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치우쳐 있지만, 균형 감각을 갖추고 컨센서스에서 멀어지지 않는 게 기본 자세죠. 펀드에 맞는 투자 철학과 프로세스를 확고히 하면 수익률은 덤으로 따라옵니다."
그는 하이코리아적극성장형펀드를 올해의 전략 펀드로 내세웠다.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어온 국내 기업 이익이 올해는 방향을 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본부장은 "성장(growth)에 밸류에이션을 줄 수 있는 시장이 왔다"고 강조했다. 대형주, 중소형주 가릴 것 없이 성장이 나오냐 안 나오느냐의 게임이 됐다는 것이다.
"대형주 중에선 특히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이슈가 나오는 것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시장을 주도할 '메가 트렌드' 창출 능력이 있는 종목은 계속 가져갈 생각입니다. 시장에 알려지지 않는 진주 같은 기업도 부지런히 발굴하고 있습니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국내 경제에서 '성장 모멘텀'에 대한 기대는 유효할까. 이 본부장은 "'저성장의 역설' 역시 증시에서 통한다"고 답했다. 3~4%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두 배 이상만 웃도는 기업이 있다면 투자 가치가 있다는 설멸이다.
이 본부장은 "올초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대형주가 빛을 못봤지만, 우리 펀드는 시장보다 높은 성장을 뽑아낼 수 있는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녹였던 터라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운용의 시스템과 철학이 굳건히 자리잡은 만큼 장기수익률도 성장 날개를 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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