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에서 서올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전송이(27세)씨. 그의 아침 출근길은 전철 안에서 소셜커머스 앱과 함께 한다. 꼭 필요한 물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밤사이 새로운 상품으로 업데이트된 소셜커머스 앱에 어떤 물품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의류와 화장품, 식품 등을 쭈욱 살펴보고 주말에 남자친구와 데이트할 맛집까지 골라놓는다.
간혹 마음에 드는 물건이 싸게 올라오는 경우에는 바로 구매에 나서거나 메신저 등을 통해 친구들과 공유한다. 꼭 필요한 물건을 찾아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는 온라인 쇼핑과는 다른 방식의 소비인 셈이다. 전철 안에서는 전씨처럼 소셜커머스 앱을 이용해 쇼핑에 열중하는 여성들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국내 소셜커머스가 차별화된 쇼핑경험 제공으로 기존 오픈마켓 등을 제치고 모바일에서 제일 큰 쇼핑채널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티켓몬스터(이하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사가 오픈마켓과 홈쇼핑 등 기존 강자들을 누르고 유통 관련 모바일 앱 방문자수 1~3위를 유지하고 있다.
4년밖에 되지 않은 역사에다 모바일 앱 출시도 여타 유통업체보다 느렸던 소셜커머스이기에 이 같은 선전은 매우 놀랍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반면 소셜커머스 관계자들은 모바일에서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소셜커머스, 쇼핑에 재미를 더하다"
필요한 게 있을 때 검색을 통해 구매하는 '목적성 쇼핑'이 주를 이루는 오픈마켓과 다르게 소셜커머스는 아이쇼핑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구매를 하는 '재미형 쇼핑'이 주를 이룬다. 모바일 쇼핑은 주로 출퇴근 시간과 잠들기 전 심야에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고객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목적성 쇼핑을 하는 남성들보다 쇼핑 자체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는 여성들이 소셜커머스에 몰리게 됐다. 티몬 등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여성고객 비율은 평균 60%를 웃돈다. 이 같은 차이는 상품구성과 콘텐츠 제작, 상품 수 등에서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김소정 티몬 홍보팀장은 "오픈마켓은 한 종류의 상품만 해도 수백 수천개가 한꺼번에 보이는데 소셜커머스는 수집·선별(큐레이션)을 통해 비교적 소수의 상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으로도 아이쇼핑을 하기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생활과 밀접한 레스토랑과 에스테틱, 미용실 등 오프라인 서비스 쿠폰도 다양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쇼핑의 즐거움이 더해진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에게 상품을 매력적으로 노출해야 하는 콘텐츠에서도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는 차이를 보인다.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직접 상품소개 콘텐츠를 입력하는 반면 소셜커머스는 판매자에게 제공 받은 콘텐츠를 전문 디자이너나 에디터가 재가공한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치면 소셜커머스가 좀 더 매력적인 '쇼윈도' 구성으로 구경할 수 있는 재미를 주는 것이다.
'재미형 쇼핑'으로 소셜커머스에 자주 방문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이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일 소셜커머스에 매일 방문한다는 이용자가 25.2%에 달했다. 35.0%는 일주일에 3일 이상 소셜커머스를 방문했다.
소셜커머스로 인한 생활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44.8%가 "꼭 필요한 상품이 아니더라도 둘러보게 되고, 좋은 쇼핑 기회라는 생각에 미리 사두게 되어 오히려 소비가 늘었다"고 답했다. "평소에 별로 이용하지 않던 마사지나 미용 관리 또는, 특급 호텔 패키지나 스파 같은 고급 서비스를 종종 이용하게 됐다"는 응답도 12.2%였다.
이같은 소비행태의 변화에 힘입어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와 대우증권에 따르면 2010년 5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3조4000억원으로, 2014년에는 4조8000억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새 100배 가까이 성장하는 셈이다.
이에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도 잇따라 소셜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G마켓의 G9, 11번가의 쇼킹딜, CJ오쇼핑의 오클락, 홈플러스의 디디투데이 등 다양한 업체가 소셜커머스 시장에 진출해 점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경닷컴 정형석 / 이민하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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