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납품업체 비리, 터질게 터졌다…관행이 문제"

입력 2014-04-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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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수천개 납품업체의 제품 중에서 어떤 상품을 소비자에게 내놓을지 결정하는 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것이 MD(상품기획자)와 납품업체 간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다."

국내 홈쇼핑 업체들의 납품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MD와 납품업체 간 불공정 관행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터질게 터졌을 뿐 새로운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14일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재직시절 '억대 금품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신헌 롯데쇼핑 대표를 소환해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NS홈쇼핑 MD인 이 모씨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부정한 청탁을 한 혐의로 건강식품업체 A사 대표인 문 모씨와 이 회사의 전(前) 상무였던 최 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홈쇼핑 업계의 납품비리 사건이 해마다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에는 NS홈쇼핑과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국내 홈쇼핑 업체 관계자 7명과 납품업체 관계자 10여 명이 검찰에 적발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납품업체→MD→편성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갑'과 '을'의 구조가 홈쇼핑 '비리 관행'을 조장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제품력에 큰 차이가 없는 수백개 이상 회사들의 상품 중 MD가 어떤 것을 고를지는 개인적인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홈쇼핑 비리의 시발점이 MD부터 발생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에서는 제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선보이기까지 상품검토, 품질검사(QI), 상품 재검토, 최종편성 등 최소 4~5단계 이상의 프로세스를 거친다고 주장한다. 어느 개인의 '입김'이 작용하기 어려운 구조란 얘기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제품은 상품선정부터 시작해 품질검사, 재검토에 이르기까지 최소 4단계 이상은 거쳐야 최종 편성에 이를 수 있다"며 "MD 역시 2~3명이 한 제품에 배정되는 등 개인이 임의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부에서는 일단 홈쇼핑 업체의 납품비리를 개선책과 관련해 논의를 시작했다. 홈쇼핑 회사의 승인권한을 갖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부터 공공성과 공정성을 저해한 홈쇼핑 채널에 대해서는 재승인 심사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장사'인 홈쇼핑 업체 입장에서는 최대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또 다시 불공정 관행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 납품비리 관행의 고리를 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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