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은 지난 한 해에만도 6000억달러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2007년 이후 최고수준이다. S&P 500개사들의 90%가 부채조달 자금을 설비투자로 돌리지 않고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는 상황이다. 연구개발(R&D)이 아니라 자사주매입(repurchase)과 배당(dividend)의 R&D를 한다는 조크가 나온다. 자사주 매입은 당연히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주주에게 사실상의 배당을 주는 것과 같다는 차원에선 환영하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빚을 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을 지지할 수는 없다. 부채조달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으로선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할 것이다. 더구나 해외에 자금을 쌓아놓고 있다. 기업들은 해외에 쌓아둔 현금을 본토로 들여올 경우 최대 35%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바로 이 점이 문제였다. 기업들은 세금을 내면서까지 현금을 들여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회사채 이자를 지급하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주가와 자사주매입에 신경을 쓰다보니 설비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설비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나 하락했다. 올해 투자 전망도 밝지 않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설문조사만 나온다. 미국 제조업이 살아난다고 하지만 긴 회임 기간이 요구되는 투자안이 선택되기는 어렵다. 당장의 머니게임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컨설팅 회사인 블랙로크의 래리 핑크 회장은 “주주배분을 이유로 투자를 희생하면 기업 미래는 없다”는 편지를 500대 기업에 보내 투자를 읍소했다고 한다. 미국 기업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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