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악화로 외화조달 시 외평채 대비 스프레드 상승할 가능성" 전망 나와
이 기사는 04월15일(10:4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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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역할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작년엔 너무 과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 분석을 진행한 한 신용평가사 금융분석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산은이 건설 해운 등 이른바 취약업종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지난해 너무 많이 진행하다보니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었다"고 말했다.
산은의 재무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 여신의 부실화 속도가 너무 빨라 해외에서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은은 지난해 13년만에 첫 적자를 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2012년 9469억원 흑자였던 영업수지는 2013년 1조447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4월 취임한 홍기택 회장은 취임 첫해 적자를 낸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이다.
산은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여신건전성이 대폭 악화됐다. 고정 이하(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분류 여신의 합계) 여신은 3조563억원으로 총 여신(99조5905억원)의 3.07%를 차지했다. 1년 전 1조4918억원(1.59%) 대비 두배로 급격히 커졌다.
건설과 해운 등 취약업종 지원 과정에서 전체 여신의 98%, 97조원에 이르는 기업 여신의 질이 빠르게 악화됐다.
지난해 기업당 1000억원 넘는 여신이 단숨에 무수익여신(NPL)으로 분류된 사례만 3건에 이른다. 기업들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나 출자전환 등이 잇따른 탓이다. 2012년 무수익여신이 1000억원 이상 증가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시장 일각에선 "산은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너무 가팔라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신용등급 대비 높은 이자비용을 지불하는 등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은은 현재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AA-(안정적)’ 등급을 받고 있다. 정부가 재무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법 조항 덕분에 재무건전성과 무관하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 가능성으로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부실여신 증가 속도가 유지될 경우 산은은 국제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할 때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대비 스프레드(금리차)를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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