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재협상 여지는 남겨
[ 백승현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가 결국 헛바퀴를 돌다 끝났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주요 노동현안 입법화를 위해 지난 2월 야심차게 출범한 노사정소위는 17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최종담판을 벌였으나 노사·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날 회의는 지난 15일 공식 활동을 종료한 노사정소위가 한 번만 더 만나보자는 뜻으로 만든 비공식 자리였다.
노사정소위는 이날 오전 7시30분 국회 귀빈식당에서 대표자회의를 열고 가장 합의 가능성이 높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를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회의 직후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 노사 간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는 걸 확인했다”며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입법이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재계는 큰 틀에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에는 공감했지만 산업현장의 충격 완화를 위해 노사 합의 시 8시간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재계와 추가 연장근로 허용은 현행 근로기준법보다 대폭 후퇴하는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이 맞서면서 끝내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따라 당장 산업현장에서의 혼란이 우려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법정 40+연장 12)이다. 여기에 고용노동부 지침으로 휴일근로 16시간이 가능해 현재는 최대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하지만 곧 선고가 예정돼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낸 ‘토·일요일 근무가 연장근로인지 확인해달라’는 소송에 대법원이 ‘연장근로가 맞다’고 판결하면 정부의 행정해석이 무효가 되는 것은 물론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가 이뤄지는 사업장 대표는 범법자가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한편 환노위는 근로시간 단축, 노사·노정관계 개선, 통상임금 등에 대한 합의안 마련에 실패해 18일로 예정된 노동 관련 법안심사소위에는 이들 안건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주말에도 추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21일 법안소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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