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서 일본인 관광객들 사라진 까닭…

입력 2014-04-18 14:37  


지난 17일 찾은 한류 관광의 중심지 서울 명동. 1,2년 전만 해도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소리가 넘쳐났던 명동 중심에서 일본어는 들리지 않았다.

길을 따라 늘어선 화장품가게 직원들은 일본어 대신 중국어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일본어 전단지를 나줘주고 있었으나 전단지를 받아갈 일본인은 보이지 않았다. 엔저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일관계까지 악화되면서 명동 거리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소공동 지하상가도 마찬가지였다. 명동과 서울시청을 잇는 이곳에선 가방, 기념품, 안경, 의류 등을 주로 판매한다. 낮 시간이건만 지하상가를 통로로 이용하는 한국인들만 지나갈 뿐이었다.

지하상가 한 쪽에 일본어 관광 안내 책자가 비치돼 있지만 일본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몇 부 가져가지 않았는지 처음 비치된 모습 그대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간혹 한국인들이 호기심삼아 뒤적일 뿐이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2월 한국에 관광목적으로 입국한 일본인은 18만1307명.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6% 감소했다.

소공동 지하상가 입구에는 일본인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안경점이 여러 곳 모여 있다. 가게마다 "일본어 가능", "할인판매" 등 일본인 관광객들을 잡아끄는 문구가 걸려 있다. 가게 내부는 썰렁했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한땐 일본인 손님으로 북적였으나 엔저로 일본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한국산 안경은 일본산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일본인들이 많이 찾았지만 엔화 약세로 더 이상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을 끌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다른 가게도 사정이 비슷했다. 최근 일본인 관광객이 얼마나 방문하냐는 물음에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지하상가가 싹 청소된 것 같이 텅 비지 않았냐"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상인 말대로 지하상가 내부는 행인 몇 명 보였다.

"한때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지만 엔저와 한일관계 악화로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 수는 한일 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며 "과거사, 교과서 논란 등이 있을 때마다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한일관계 악화에 엔저까지 겹쳐 일본인 관광객이 사라지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빨리 한일 관계가 좋아져 다시 일본인들이 많이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명소들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C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일본의 유명 인사들도 다녀갈 만큼 일본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하지만 엔화 약세 여파로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그는 엔화 가치와 일본 손님은 비례 관계라며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손님도 줄고, 오르면 손님도 는다"고 밝혔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는 시기인 올 골든위크(4월25일~5월6일)를 앞뒀지만 "그때 가봐야 안다"며 우려스런 표정을 지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관광보다는 미용, 마사지, 쇼핑, 미식 등을 즐긴다. 여러 서비스가 일본에 비해 값이 싸기 때문. 많은 여성 관광객들은 일본에 비해 가격이 싼 마사지, 미용 등을 받기 위해 온다. 저렴한 한국 화장품 쇼핑도 인기 관광 코스다. 하지만 환율로 인해 일본인 관광객들은 더 이상 가격 측면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상인들의 분석이다.

명동에 위치한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의 이민정 일본 담당자는 "이전에는 센터를 방문하던 관광객의 80% 가량이 일본인이었으나 최근 20~30%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 한류열풍이 불며 다른 국가 관광객이 증가한 탓도 있지만 계속된 엔저 여파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수가 감소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을 다시 불러오려면 새로운 '한국 매니아'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씨는 "1년에도 2~3차례 한국을 찾는 기존 관광객들은 꾸준히 관광 정보를 얻으러 오지만 신규 관광객의 방문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엔저뿐 아니라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선도했던 기존 한류 드라마나 가수들이 시간이 지나며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이유도 있다" 며 "일본인 관광객들을 끌 새로운 한류 컨텐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오수연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 4년) suyon91@paran.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