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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구 증가는 식량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생산요소(노동, 토지, 자본)의 하나인 ‘노동’이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식량 생산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작용하지만, 계속 인구가 늘어나면 종국에는 ‘수확체감의 법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노동의 투입으로 획득되는 식량이 점차 줄어드는 지점에 이르게 되고 결국에는 늘어난 인구를 부양할 식량을 생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그림). 중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러한 ‘맬서스 함정’에 빠져 있는 경제였다.
생산성 증가해야 인구증가 지속 가능
식량이 모자라서 굶주리는 단계에 이른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다면 더 이상할 것이다. 9세기 신라 말에서 후삼국시대, 13세기 무신란에서 몽고침략기, 16세기 임진왜란 전후, 그리고 19세기에 민란이 크게 일어났던 시대가 생존의 위기에 떨어졌던 때가 아니었을까? 이렇게 생존의 위기를 경험하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중세에 장기적으로 인구가 증가하였다는 사실 자체는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무엇인가 경제적인 변화가 진행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노동 투입의 증가로 인한 ‘수확체감’을 피하기 위하여 ‘토지’와 ‘자본’의 투입을 증가시키는 한편 기술 진보와 제도 혁신에 의한 생산성 증가가 없었다면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하는 데 실패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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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것은 지력 회복을 위해 땅을 묵히는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쉬지 않고 매년 경작하게 되고 나아가 1년에 두 차례 이상을 경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활용도가 높아지면 같은 면적의 토지라도 더 많이 수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통일신라시대까지는 휴경법이 일반적이었지만, 고려시대에는 1년이나 2년을 묵히는 ‘단기휴경’에서 1년에 한 번 경작하는 ‘연작상경’(連作常耕)으로 변해갔다. 이에 따라 3년 이상을 휴한하는 경지, 단기휴경을 하는 경지, 1년 1작하는 농지가 병존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 세종대왕에 의해 편찬된 『농사직설』(1429년)에서 논이나 밭에서 모두 1년 1작을 기본적인 경작방법으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상경’이 일반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후기에는 모내기법(이앙법)의 보급으로 봄에 보리를 수확한 다음에 모를 옮겨 심을 수 있게 됨으로써 점차 1년 2작의 이모작도 가능하게 되었다.
1600년경 조선 인구밀도 세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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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토지의 확대와 활용도의 증가, 수리시설의 확충, 그리고 비료의 투입 등과 같은 새로운 농법의 도입으로 식량생산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할 수 있었다.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였다. 1600년께의 인구밀도(1㎢당 인구)는 영국 22명, 프랑스 34명, 이탈리아 44명, 중국 20명, 일본 32명이었는데 조선은 50명이었다<표 참고>. 인구밀도가 높다는 것은 농업의 인구부양력이 높다는 것, 즉 토지 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밭에 비해서 벼를 심는 논의 토지생산성이 월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중세 유럽에는 밀 한 알을 뿌려서 네 알을 수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18세기 『택리지』는 볍씨 한 말을 파종하여 40~50말을 거두는 것이 보통이라고 하였다. 논의 비중은 15세기 초 20% 전후에서 18세기 초에는 30% 정도로 늘어났다.
이와 같이 중세 농업의 발전 방향은 토지 생산성의 증가였다.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하여 토지의 활용도를 높여갔으며, 퇴비를 투입하고 잡초를 제거하는 김매기에 많은 노동을 투입하였다. 노동이 풍부하였기 때문에 노동을 절약하기 위한 농기구나 농기계의 도입을 촉진할 인센티브는 매우 약하였다. 토지 생산성이 높은 대신에 인구밀도가 높고 노동 생산성이 낮았기 때문에 1인당 소득(생활수준)은 낮은 수준에 처하기 쉬웠다.
노비제도 해체되면서 소작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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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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