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실적 내놔…경쟁사 골드만삭스
추격 제프리 이멜트, 매출·이익 동반 감소
올해도 구조조정 지속…임기 중 사퇴 압박받아
[ 장진모/유창재 기자 ] 미국 대표기업의 1분기 실적이 나오면서 최고경영자(CEO)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GE는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줄면서 부실사업에 대한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침을 내놓았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이 기간 중 순익이 무려 56%나 증가하며 경쟁사인 골드만삭스를 바짝 추격했다.
○모건스탠리, 어닝서프라이즈 기록
금융회사 중에서는 모건스탠리가 17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실적을 내놓았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많은 88억달러를 기록해 미국의 6대 대형은행 중 유일하게 증가했다. 순익도 지난해보다 56% 증가한 13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월가는 2010년부터 모건스탠리를 이끈 제임스 고먼 CEO의 실험이 빛을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고먼은 변동성이 큰 트레이딩 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안정적인 자산관리 사업 비중을 높였고, 지난해 매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고먼은 또 주주에 대한 보상도 늘렸다. 지난달 자기주식 취득을 2배로 늘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배당금도 올렸다. 고먼은 이날 실적 발표 후 “매출 증가와 원가 절감을 통해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고먼의 지휘 아래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2009년까지 골드만삭스의 절반에 불과했던 매출도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뉴욕타임스는 “금융위기 이후 재기를 위해 노력하던 모건스탠리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보다 11%나 감소한 20억3000만달러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매출도 8% 줄면서 93억3000만달러에 머물렀다. 그동안 10년 넘게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하던 채권·외환·원자재 부문(FICC) 수익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미국 2위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1분기 2억76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GE, 수익성 낮은 사업 구조조정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이날 1분기 실적발표 후 성명을 통해 “올해도 구조조정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부실사업 매각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GE의 1분기 순익은 15% 감소한 30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도 2% 줄어든 342억달러였다. 전동차와 헬스케어 장비 판매가 부진했고, 금융 자회사인 GE캐피털 수익이 8.3% 급감한 105억달러에 그친 게 원인이었다.
이멜트 회장은 이날 제트엔진 생산과 오일·가스 부문의 순익이 12% 증가한 것을 지칭하며 “주주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이라고 강조했다. 이 정도 수준의 이익률을 맞추지 못하는 사업은 정리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멜트 회장 본인도 이사회에서 20년 임기가 끝나는 2021년 이전에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E가 이익률 목표치 10%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며 “올해 매각 규모는 자산가치로 4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화학업체인 듀폰의 1분기 순익도 14억4000만달러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급감했다. 매출도 101억달러로 2.7% 줄었다. 회사 측은 지난겨울 극심한 추위로 제초제 등 농업 부문 수익이 5% 하락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보기술(IT) 대표기업의 실적도 저조했다. 구글은 1분기 순익이 34억5000만달러로 3.2% 늘었지만 광고단가가 하락하면서 전문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매출도 154억2000만달러로 19% 증가했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IT 공룡으로 불리는 IBM도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0억달러 줄어든 224억8000만달러에 그치며 8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워싱턴=장진모/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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