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깨지면 경제가 발전할까…바스티아 "보이는 것이 다 아니야"

입력 2014-04-18 21:41   수정 2014-04-19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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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대공황을 끝낸 것이 아니라는 논거는 프레데리크 바스티아(사진)의 ‘깨진 유리창’의 경우와 같다. 한 동네 악동이 제과점 유리창에 돌을 던지고 달아나 버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깨진 유리창을 보고 제과점 주인에게는 안 됐다는 측은한 마음을 갖지만 유리 장사는 돈을 벌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유리 장사가 번 돈을 다른 상인에게 쓸 것이고, 그 다른 상인은 또 다른 상인에게 쓸 것이고,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깨진 유리창은 확대돼 가며 돈과 고용을 계속 창출할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논리적인 결론은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깬 동네 악동은 공공의 적(敵)이 아닌 공공의 선(善)이 된다. 이것은 상식이 아니다.

물론 사람들의 처음 생각은 옳다. 동네 악동이 깨뜨린 유리창 때문에 유리 장사는 돈을 번다. 그러나 제과점 주인은 다르다. 제과점 주인은 다른 것(예를 들어 새 양복)을 사려고 계획했던 돈을 지출해야만 한다. 수중에 가지고 있던 돈 대신에 새로 갈아 낀 유리창을 갖게 됐다. 제과점 주인은 사회의 한 일원이므로 사회 전체적으로 본다면, 사회는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만들어졌을 새 양복을 잃어버렸고 그만큼 자원 손실을 봤다.

요컨대 유리 장사의 이익은 결국 양복점 주인의 손해가 된다. 새로운 고용과 생산이 창출된 것이 아니다. 새 유리창이 새 양복을 대체했을 뿐이다. 유리창이 깨짐으로써 전체 사회의 자산이 오히려 파괴됐다. 사람들은 제과점 주인과 유리 장사, 이 둘만의 관계를 생각했다. 사람들은 잠재적 제3자, 즉 양복점 주인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대공황을 끝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단지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본 것이다. 이와 같은 지식은 반쪽 진리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반쪽짜리 지식인이 너무 많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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