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한 통신사가 특정기간에 번호이동 가입자 수를 일방적으로 늘리지 못하게 막으면 경쟁사들의 맞대응도 줄어들어 불법 보조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통신시장 현장에서는 서킷 브레이커제를 어떻게 설계하든 결국 또 다른 편법만 양산하는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규제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는 방통위의 서킷 브레이커제가 실효성 여부를 떠나 발상 자체가 아예 잘못됐다고 본다. 지금의 통신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한 건 그나마 번호이동성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불거진 보조금 문제를 때려잡자고 번호이동성 자체를 아예 제한하겠다는 건 사실상 경쟁을 하지 말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목적과 수단을 구분 못하는 발상이다. 본말이 전도된 이런 반시장적 발상이 누구로부터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방통위는 서킷 브레이커제가 무슨 ‘착한 규제’인 양 둘러대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증시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경제에 주는 파급효과가 워낙 커 시장에 너무 큰 충격이 올 경우 이를 ‘쿨 다운’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기존 가입자가 5000만명이 넘는 통신시장에서 하루 몇 만명이 움직인다고 경제에 무슨 큰 충격이 있겠는가. 오히려 정부가 하루 번호이동이 2만4000건을 넘으면 ‘시장과열’로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통신시장 서킷 브레이커제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나쁜 규제’다. 그렇지 않아도 대표적 규제기관으로 꼽히는 방통위다. 규제개혁 흐름에 방통위만 역행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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