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규 기자 ]
“1년에 두 번 인사철마다 고개를 드는 ‘채널 갈등’이 KB금융을 망쳤습니다.” “수백명에 이르는 무임승차자를 그대로 놔두고 있는데 누가 일을 하겠습니까.”
지난 18일 국민은행 일산연수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KB금융 전 계열사 사장과 임직원 61명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직언이 쏟아졌다. ‘위기극복 대토론회’라는 이름의 끝장 토론은 오후 5시에 시작해 밤 12시40분까지 7시간40분간 이어졌다.
○“마음속의 ‘채널’이 조직 망쳐”
‘인사’ 문제가 가장 먼저 거론됐다. 한 참석자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한 지 1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1채널(옛 국민은행 출신)과 2채널(옛 주택은행 출신) 간 반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채널 갈등은 평소에는 없는 듯하다가 1년에 두 번씩 인사철만 되면 슬그머니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무임승차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직원은 “지점 실적이 좋든 그렇지 않든 아무 영향이 없으니 누가 일을 하겠느냐”며 “상당수가 지점장보다 월급을 더 받으면서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수진 쳐 단기성과주의 해소”
경영진의 단기 성과주의가 부당 영업으로 이어졌다는 반성도 나왔다. 윤웅원 KB금융 부사장은 “경영진이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 지표 달성에 초점을 맞춘 영업을 했다”며 “부당 영업이 발생하고, 부실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과평가지표(KPI)에 매몰돼 지점이 은행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윤 부사장의 분석이다.
내부 통제에 대해서도 시스템보다는 사람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민규 KB금융 준법감시인은 “윤리 의식이 결여된 직원들을 방치해 총체적인 부실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계장-대리-과장-차장-팀장으로 이어지는 업무 라인에서 계장, 대리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차장, 팀장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전에서 쏟아지는 거침없는 발언을 묵묵하게 듣기만 하던 임 회장은 회의 말미에 지금이 아니면 못 고친다는 생각으로 ‘배수의 진’을 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 행장은 인사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관리자의 책임을 묻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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