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공학 전공한 지상기 대표, 완구용 드론으로 시장 개척
연간 판매 목표 10만대 자신…드론 간 대결 기능으로 호평
[ 임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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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웅 붕~.”
지난 18일 찾아간 경기 수원산업단지. 2011년 창업한 벤처기업 ‘바이로봇’ 사무실에선 벌이 날아다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무인 비행체(드론)였다. 비행체의 이름은 ‘드론파이터’. 무선 조종기의 조이스틱을 움직이는 대로 날쌔게 사무실 구석구석을 날아다녔다. 지상기 바이로봇 대표(34)는 “작년 12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해 한 달에 1000개씩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키덜트(아이 같은 감성·취향을 가진 어른)들의 주문이 밀려든 덕이다.
드론파이터는 장난감이다. 하지만 단순한 장난감은 아니다. 지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비행로봇팀에선 6년 동안 산업용 비행로봇도 개발했다. 그는 “산업용과 완구용 드론의 근본 기술은 같다”며 “일반인이 드론에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어 창업했다”고 말했다. 바이로봇은 산업용·군용 드론도 연구 중이다. 법적 규제가 명확해져 산업용 드론의 상용화 길만 열리면 언제든지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완구용 드론으로 저변 확대
그는 어릴 때부터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다. 컴퓨터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도 즐겼다. 하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은 욕구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그가 비행로봇 연구에 나선 계기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들어가 맘껏 연구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지 대표는 “실제로 날아다니는 드론을 여러개 만들었지만 법적 제도의 미비로 상용화의 길이 막혀 있었다”고 회상했다. 비행체가 추락할 경우 사람들이 다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는 드론의 이용이 일정 장소와 상황에 국한돼 있다.
그래서 완구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크기도 가로 세로 12.8㎝로 대폭 줄였다. 지 대표는 “사람이 맞아도 전혀 다치지 않을 크기”라고 말했다. 프로펠러는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어디에 부딪히면 즉각 멈추도록 하는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 덕분에 드론과 무선 조종기에 쓰이는 무선 통신 인증만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첫 제품은 창업한 지 2년이 지난 작년 말에야 겨우 나왔다. 그만큼 생산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 그는 “작년 말이 진짜 힘든 고비였다”며 “시제품을 다 만들어 놓고도 제품을 생산할 돈이 없어 이대로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들은 모바일 서비스나 소프트웨어에만 관심을 보였다. 바이로봇과 같은 제조업은 기피했다. 그는 “기적적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신성장동력 투자 프로그램에서 1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 10만대 판매 목표
드론파이터는 지금까지 수원의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직접 조립·판매해 왔다. 그러나 판매량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대구에 있는 공장에 외주 조립을 맡기기 시작했다. 바이로봇은 이달부터 부품 주문도 2000대 분량으로 늘렸다. 연간 판매 목표는 10만대로 잡았다.
지 대표는 “해외에서 제일 잘 나가는 제품이 연 30만대가량 팔린다”며 “경쟁 제품과 비교해 드론파이터는 차별화된 강점이 많기 때문에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고 자신했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는 ‘대결 기능’이다. 그는 “비행체와 무선 조종기 간에 양방향 통신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덕분”이라며 “상대방 드론이 쏜 적외선 미사일에 맞으면 자신의 조종기에 표시된 6칸의 에너지가 하나씩 깎이면서 결국은 추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적이 10초 동안 미사일을 못 쏘게 하는 기능과 회전을 못하게 하는 미사일, 적의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방어막 등 다양한 재밋거리도 가미했다. 여러명이 모여 단체전을 할 수도 있다. 지 대표는 “해외 판매처와도 얘기를 진행 중”이라며 “직원들이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회사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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