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지난달 열린 '쏘나타 모터쇼'에는 1세대부터 6세대까지 역대 쏘나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 출시에 맞춰 국내 최초로 단일 자동차 브랜드 전시회를 마련했다.
전시 차량 중 가장 오래된 1세대는 일반 고객 차량으로 밝혀졌다. 2세대부터 6세대 쏘나타는 현대차가 소유한 모델이었다. 1세대는 고객에게 빌려 전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사도 1세대 모델를 갖고 있다" 며 "다만 스토리를 가진 차량을 선보이기 위해 고객들로부터 응모를 받아 뽑힌 1세대를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세대만 고객 차량으로 전시한 것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다르다. 대중에 공개할 만큼 상태가 양호하지 못해 고객 차량을 활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세대 쏘나타를 제외하더라도 현대차가 단종된 차량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국내 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전시된 스텔라를 본 적이 있는데 엠블럼의 위치가 엉망이었다" 며 "단종된 차량에 대해 고증을 정확히 해야 하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GM, 폭스바겐,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체 박물관을 운영하며 역사 보존에 힘을 쏟는다. 적어도 자사 모델에 대해선 조립한 모습 그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현대·기아차에 근무했던 한 고위 관계자는 "단종된 차량의 엠블럼을 정리하는데 다 버리라고 하더라" 며 "브랜드에 대한 역사 의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자동차에 대한 역사 의식은 브랜드 파워와 무관치 않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를 뛰어넘으려면 가시적인 판매 성과 외에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체성의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역사 의식'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보면 돈 버는 데만 급급하다는 것" 이라며 "브랜드에 대한 역사 의식은 곧바로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역사 의식을 부쩍 강조하고 있. 지난해 9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역사 콘서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입사원 공채에서 지원자의 역사지식과 역사관을 묻기도 했다.
이젠 현대·기아차가 행동으로 실천할 때다. 정 회장도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차를 판매하는 것는 한국 문화를 파는 것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옛 것을 익히면 미래를 알 수 있다(溫故而知新)'는 말처럼 역사 의식이 미래 경쟁력의 토대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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