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내항선사 부채비율 444%…선령 20년 넘는 제주행 배 '수두룩'

입력 2014-04-22 20:53   수정 2014-04-23 05:10

열악한 국내 연안 여객선사

선원 평균월급 391만원…외항선보다 낮아
젊은이들 근무 기피…50대 이상 선원 76%



[ 김재후 기자 ]
자본금 64억9948만원, 부채 266억2742만원.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의 작년 말 기준 재무상태다. 부채비율은 409%다. 이 정도면 통상 투기등급이다.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적자가 7억8540만원에 달했다.

국내 연안 여객선을 운영하는 내항선사 대부분의 경영상태는 청해진해운과 비슷하다.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연안여객운송 사업 장기발전 보고서’엔 국내 연안여객선사들의 영세한 상황이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안여객선사 53곳의 2010년 기준 부채비율은 444.1%로 청해진해운보다 더 높았다. 특히 자본금 5억~10억원 미만 선사의 부채비율은 1030.1%로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였다.

유동성이 부족해 새 여객선을 살 여력이 없고, 그러다 보니 선박 노후화가 심화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연안여객선 172척 중 선령이 16년 이상인 배가 100척, 21년 이상인 선박도 39척에 이른다.

여객선은 건조한 지 20년 이상이면 1년마다 안전검사를 받는다. 연안여객선사들은 운영 중인 대부분의 배에 대한 안전검사를 매년 받아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세월호도 일본에서 1994년 건조돼 18년간 운항한 뒤 ‘퇴역’했지만, 국내 선사가 매입한 뒤 개조한 노후 선박이다.

제주도를 오가는 선박들의 노후화는 더 심각하다. 해수부에 따르면 8개 노선에서 제주를 오가는 연안여객선은 15척이다. 이 중 부산~제주(2척), 인천~제주(2척·세월호 포함), 완도~제주(3척), 삼천포~제주(1척) 등 10척이 건조된 지 20년 이상이다.

경영상황이 어렵다 보니 임금수준이 낮고, 우수한 인력은 외면하는 게 내항선사들의 현실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2013년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내항선 선원(선장 포함)의 평균 월급은 391만1000원으로 외항선(525만3000원) 원양어선(622만3000원) 해외취업상선(684만6000원)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세월호 선장의 월급은 270여만원으로 알려졌다.

선원들의 고령화도 내항선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연안여객운송 사업 장기발전 보고서는 “연안여객선 승선 선원의 76.5%가 50대 이상”이라며 “열악한 근무여건은 젊은 선원이 승선을 피하는 요인이 되고 이는 해양안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여객사업자의 영세성이 안전 부실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을 이미 파악하고도 방치해온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선령 노후화, 여객사업자의 안전교육 미흡 등을 지적한 보고서와 자료 등은 내항선사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 당국이 만들고 작성했다.

지난 5년간 매년 선박 100대 중 1대꼴로 충돌·좌초·침몰 등 해양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전혀 없었다. 1404건의 사고 중 경계소홀(652건) 항행법규 위반(161건) 당직근무 태만(19건) 등 운항과실로 발생한 사고는 82.1%나 됐다. 그러나 징계하는 비율은 갈수록 줄었고, 징계 수준도 낮아 ‘솜방망이 제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진도=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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