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청해진해운 교묘한 지배구조…다수 동업자와 '협동조합式 출자'

입력 2014-04-22 20:57   수정 2014-11-24 09:19

실소유주 유병언 3부자 檢 칼끝 걸릴까

금감원 "이런 지배구조는 처음"
관계사 지분구조 얽히고 설켜
유 前회장 주식 한 주도 없어
두 아들도 지분관리 '흔적'



[ 조진형 기자 ]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의 비리 수사에 착수한 검찰의 칼끝이 선사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진)과 두 아들 대균(44), 혁기(42)씨에게로 향하고 있다. 30여개의 관계회사로 구성된 이들 부자의 기업집단은 ‘OO그룹’으로 지칭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형적이고도 교묘하게 지배구조를 얽어놨다.

특히 청해진해운은 두 아들이 지배하는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있어 검찰이 오너 일가와 청해진해운의 직접적인 거래관계를 밝혀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어발 아닌 거미줄 지배구조

유 전 회장 일가는 해상여객(청해진해운) 사업뿐만 아니라 조선플랜트(천해지) 도료(아해) 자동차부품(온지구) 건강식품 제조(세모) 건강식품 판매(다판다 새무리) 주택건설(트라이곤코리아) 영어교육(문진미디어) 농축산(에그앤씨드) 등의 사업군을 거느리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자산 100억원 이상의 외감법인만 10개사에 이른다. 전체 매출 3700억원, 영업이익 110억원 수준이다. 전체 자본금 규모는 5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자산은 5600억여원에 달한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이들 기업을 지배하는 방식은 다른 기업과 확연하게 다르다. 일반적 기업집단은 주주와 계열사, 계열사와 계열사 간 꼬리를 잇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유 전 회장 일가는 계열사를 수많은 동업자와 함께 공동 지배하는 ‘협동조합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어발’이 아닌 ‘거미줄’ 형태에 가깝다.


특히 유 전 회장은 어떤 계열사든 명목상 단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다. 두 아들도 아이원아이홀딩스 다판다 트라이곤코리아 에그앤씨드 등 4개사의 최대주주일 뿐이고 보유지분도 둘이 합쳐 40%를 넘는 일이 없다. 나머지 기업은 제3자가 최대주주이거나 동등한 수준으로 지분을 쪼개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유혁기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문진미디어의 최대주주는 이순자 씨(25%)고, 2007년 세모 재인수를 주도했던 건강식품 방판업체 새무리의 최대주주는 황호은 대표(30%)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많은 동업자와 함께 기업 지분을 쪼개 갖고 서로 지분이 얽히고 설켜 있어 한눈에 파악하기가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LBO M&A 추진하기도

유 전 회장 일가는 2007년 전후로 이 같은 거미줄 지배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 2005년 조선플랜트업체 천해지를 설립해 세모의 조선사업본부를 인수한 데 이어 2007년 법정관리를 마친 건강기능 제조업체 세모를 되찾아왔다. 이 과정에서 유 전 회장 일가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업자가 동원됐다. 세모 인수를 마무리한 뒤 2007년 10월에는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소시지 가공업체 에그앤씨드를 동시에 설립했다.

오너 일가는 공격적인 차입으로 자산을 취득해 사업을 확장했다. 새무리는 세모 인수자금 200억원가량을 농협 등에서 빌린 뒤 인수 직후 세모에서 200억원을 대여받아 돈을 갚는 차입인수(LBO) 방식을 쓰기도 했다. 또 자본금 2억원에 에그앤씨드를 세우고 동업자로 추정되는 이석환 씨로부터 88억원을 빌린 뒤 100억원대 공장을 인수해 유기농 소시지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유 전 회장 일가의 기업 자산 5600억원 중 절반이 부채인 것으로 추산된다.

청해진해운은 ‘아이원아이홀딩스→천해지→청해진해운’ 형태지만 유 전 회장 일가가 확실한 지배권을 갖고 있지 않다. 아이원아이홀딩스뿐만 아니라 천해지도 보유 지분이 50%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이원아이홀딩스는 2013 감사보고서에서 청해진해운을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단순 주주 관계로 봤을 때 민사적으로 세월호 배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며 “검찰이 유 전 회장의 차명 여부 등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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