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공학도→프로야구 2군 합격→금융사 대표…도전DNA가 도이치뱅크를 IB 강자로 바꿔

입력 2014-04-22 21:39   수정 2014-04-23 13:07

나의 성공 비법은 / 안성은 도이치은행그룹 한국대표

업계 대표하는 '꽃중년', 성사 낮은 M&A는 고객사에 과감히 'NO' 말해



[ 정영효 기자 ] 국내 최고학부 공학도, 프로야구단 2군 야구선수, 굴지의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력서의 주인공은 안성은 도이치은행그룹 및 도이치증권 한국대표(53·사진)다.

지난해 3월 그가 10년간 몸담은 메릴린치를 떠나 도이치은행그룹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을 때 투자은행(IB) 업계는 귀를 의심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대표주자인 메릴린치를 두고 당시만 해도 이류 취급을 받던 도이치은행그룹을 택한다는 건 믿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스스로 사지를 찾아 들어간 안 대표는 1년 만에 또다시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증권사들의 M&A 성적표인 리그테이블에서 골드만삭스 등 쟁쟁한 증권사들을 제치고 올 1분기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도이치은행그룹이 1978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래 처음 맞는 개가였다.

도이치증권이 일으킨 파란의 원동력을 IB업계에선 안 대표의 도전 DNA에서 찾는다. 국내 M&A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투자 은행가가 됐지만 사실 그의 첫 직장은 프로야구팀일 뻔했다. 프로야구팀인 빙그레이글스(현 한화이글스)의 2군 입단테스트에 합격한 것이다. 1985년 군대를 막 제대했을 때다.

초등학교 때 스피트스케이팅 500m 서울시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운경신경이 타고났지만 야구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다. 안 대표는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실은 4년에 걸친 구애의 결과물이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2학년 때인 1981년부터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와 삼미슈퍼스타즈(현 SK와이번스) 등 프로야구 2군팀의 입단 테스트를 뻔질나게 쫓아다녔다. “공부가 싫어서 야구에 미쳤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야구만 해온 엘리트 선수들 틈에서 1군 무대는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는 그는 2군 입단테스트에 통과하고서야 야구에 대한 도전은 끝났다. 그렇지만 안 대표는 지금도 야구 얘기가 나오면 “직구 구속이 140㎞를 넘고 슬라이더와 커브도 구사했다”며 눈을 반짝인다.

이후 안 대표의 도전은 금융업에서 계속됐다. 이공계 출신이란 이유로 계열 증권사로 발령내지 않자 대기업 공채시험 합격증을 반납하고 경영학 석사(MBA)를 따러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 후 1992년 마침내 한화그룹 계열의 제일증권(현 한화증권)에 입사했지만 이번엔 두 달 만에 사표를 던졌다. 기왕이면 금융의 메이저리그에서 뛰고자 했던 그는 1993년 5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외국계 증권사인 BZW(바클레이즈의 전신)에 입사하면서 비로소 투자 은행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업계를 대표하는 ‘미중년’으로 소문난 그는 ‘슈퍼갑’인 고객사 최고경영자(CEO) 앞에서도 성사 가능성이 낮은 거래에 대해서는 ‘노(No)’라고 강단있게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안 대표의 그런 강단을 도이치은행그룹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는 데 IB업계는 주저하지 않는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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