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잔
15세 이상 한국인이 하루 평균 마시는 커피
11만t
2013년 커피 수입량…2012년보다 7.8% 늘어
41억달러
2013년 커피 수입액…쏘나타 20만대 가격
[ 유승호 기자 ]
“궁중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는 동안 (중략) 그들은 자기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그 품목에 홍차와 커피를 추가했다.”
1884년부터 3년간 궁궐에서 임금을 치료하는 어의로 일했던 미국인 호레이스 앨런이 그의 저서에 남긴 기록이다. 궁중에 드나들 때 커피를 대접받았다는 내용이다. 이 기록을 통해 커피가 조선 말인 1880년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조선에 왔던 영국 영사 윌리엄 칼스와 미국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 등이 남긴 글에도 커피에 관한 기록이 있다. 고종도 커피를 자주 마신 것으로 전해진다.
○15세 이상 하루 1.9잔, ‘국민 기호품’
이 땅에 처음 들어와 130년이 지난 지금 커피는 한국인의 일상이 됐다. 조선 말 커피는 한자로 음역한 ‘가비(加比)’, ‘가배차’ 또는 ‘서양의 탕국’이라는 의미의 ‘양탕국(洋湯麴)’ 등으로 불렸다. 당시 커피는 일부 지배층만이 마시는 음료였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겨 마시는 기호품으로 자리잡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량은 11만4352t으로 전년보다 7.8% 증가했다. 수입금액은 41억5479만달러로 쏘나타 승용차 20만대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커피 수입량은 3만16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늘었다. 커피 수입량이 수십만t이란 것만으로는 한국인이 커피를 얼마나 마시는지 감이 잘 안 잡힌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커피 수입량과 판매량 등을 기초로 커피 음용량을 계산했다. 계산 결과 한국인은 지난해 242억잔의 커피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한 사람당 484잔, 하루 1.3잔을 마셨다는 얘기다. 1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1인당 하루 1.9잔을 마신 것으로 나온다.
한국인은 여러 유형의 커피 중에서 커피믹스를 가장 애용한다. 지난해 소비된 커피 242억잔 중 62.4%인 151억잔이 커피믹스였다. 병에 담긴 인스턴트 커피를 말하는 솔루블커피가 32억잔, 캔 등에 담긴 커피 음료가 28억잔, 원두커피가 26억잔 등이었다. 커피는 국내 음료시장에서도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음료시장 전체 매출 중 53.1%가 커피였다. 우유가 10.1%, 탄산음료가 7.7%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커피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알 수 있다.
○10잔 중 3잔은 사무실에서
한국인이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장소는 사무실이다. 지난해 커피 출고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28%가 사무실에서 소비됐다. 가정에서 마신 커피가 23%, 자판기 커피가 18%, 음식점 등이 14%로 뒤를 이었다. 커피음료와 커피숍의 비중은 각각 10%와 7%였다. 커피숍의 비중은 아직 낮지만 점점 커지는 추세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급증하면서다. 이디야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스타벅스 할리스 등 점포 수 기준 상위 5대 브랜드의 점포 수는 지난해 3924개로 전년보다 18.8% 증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커피를 마시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1960~1970년대 커피를 주로 마시는 곳은 다방이었다. 당시 다방에서 마시는 커피는 원두커피가 대세였다. 가정에서는 가루분말 커피에 프림과 설탕을 넣어 만드는 솔루블커피를 주로 마셨다. ‘맥스웰’ 등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스틱 형태의 커피믹스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커피전문점이 생겨난 것도 이 무렵이다.
최근에는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등장했다. 커피전문점에서나 맛볼 수 있던 원두커피를 커피믹스처럼 편리하게 즐기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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