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작정 요양원만 짓겠다는 서울시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서울시가 2020년까지 치매요양시설을 지금보다 475곳 늘리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지난 23일. 기자는 서울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원을 짓는 주체 및 비용 조달 방법이 궁금해서였다. 서울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치매환자가 머무르며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병원은 2020년까지 28곳이 늘어난다. 257곳은 민간이 짓는 병원이다. 나머지 190곳은 치매환자 보호시설이다.

서울시가 민간에 병원을 지으라고 강요할 수 없는데도 어떻게 이 숫자가 나왔는지 궁금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 병원을 짓는 주체가 누가 될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까지 협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병원 한 곳당 70억~100억원의 사업비를 민간에서 어떻게 부담할지도 물어봤다. 이 관계자는 “사업비에 대해서도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봐달라”고 했다. 치매요양병원을 확충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병원을 늘려 치매환자 판정을 받은 등급자의 장기요양시설 충족률(수요 대비 시설 정원)을 현재 62.3%에서 2020년까지 80%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의 이런 대책은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실제로 요양병원을 찾았던 시민들은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로 ‘요양 서비스의 질’을 꼽는다. 요양병원엔 2008년부터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가를 지급받는 ‘정액수가제’가 도입됐다. 같은 등급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아무리 다양한 치료를 하더라도 요양병원이 얻는 수익은 같다. 환자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늘수록 오히려 병원 수입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서울시 발표에는 인증받은 요양시설에 한해 대체인력을 서비스요원 1인당 연간 3일 이내 지원한다는 것 말고는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방안은 없다.

매년 노인 인구가 5만명 증가하는 상황에서 치매환자 요양시설이 늘어나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요양서비스 전반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없이 무작정 병원만 늘리겠다는 접근방식은 곤란하다.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무책임한 홍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