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란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디자이너들은 세계 소득 상위 10%의 욕망(디자이어)을 현혹하는데 매달립니다. 저는 나머지 인구 90%의 욕구와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란트로피(Philanthropy·박애) 디자인'이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 교수(사진)는 25일 한국패션협회가 주최한 'Tex+Fa 최고경영자(CEO) 조찬포럼'에서 '창의적 디자인과 그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배 교수는 세계 3대 디자인 학교인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 교수로 재직했다. 2005년 한국으로 건너와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배 교수는 학생들에게 디자인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라고 지도했지만 현실에선 사람들을 현혹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는 괴리가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하루 1만 원을 소비할 수 있는 인구는 전 세계의 상위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박애 디자인을 수행하기 위한 랩 'ID+IM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기부 사업인 '나눔프로젝트'와 '시드프로젝트'을 진행했고, 8년간 많은 상을 수상했다.
배 교수는 "미국에서 14년간 최고의 고객들과 일하면서 받은 세계 4대 디자인상은 2개에 불과했다" 며 "한국에서 학생들과 꾸려나간 연구소의 나눔프로젝트를 통해 8년간 47회 수상했다"고 자랑했다. 이어 "왜 이런 축복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진짜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 있다는 점을 도와줬다" 며 "미와 기능, 의미의 삼박자를 갖춰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의 나눔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제품의 매출 전액을 개발도상국의 소외계층 어린이에게 기부한다.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240명의 어린이를 선정해 매년 2000만 원씩 지원한다.
나눔프로젝트의 작품인 '나눔 크로스 큐브'는 2008년 디자인 콘테스트인 'IDEA'에서 은상을 받았다. 십자가 모양의 플라스틱 판을 조립해 MP3 플레이어를 만드는 제품이다. 그해 IDEA 동상은 애플의 '아이팟'이었다. 생산량이 1만 개에 불과했지만 그해 세계 최고 히트제품인 아이팟을 눌렀다.
다음해 선보인 천연가습기 '러브팟'은 IDEA, 굿디자인, 레드닷디자인, IF 등 4대 디자인상에서 본상을 받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2010년 내놓은 내용물의 온도를 알려준 텀블러 '하트티' 역시 4대 디자인상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뛰어난 디자인의 비결에 대해 '기록'과 '숙고'를 주문했다.
배 교수는 "꾸준히 일기를 작성하면서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 결국 뇌리에 남는다" 며 "일기로 계기를 만들어 놓은 후 술을 마실 때 혹은 거리에서 마주친 그래피티를 통해 찾아낸 아이디어로 나온 제품이 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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