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칼럼] 나이 따라 자살징후 달라…20대 카톡 바꾸고 40대 가족관계 단절

입력 2014-04-26 07:00  

알아야 건강, 이것이 궁금하다

안용민 <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도탄과 정신적 충격에 빠져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추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9년 연속 자살률 1위다. 매년 자살자가 1만4000여명이나 된다.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3배나 많다. 자살 시도자까지 포함하면 자살과 관련된 사람은 훨씬 많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3년 자살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자살을 시도하는 이유는 우울증 등 정신적 부분이 37.9%로 가장 많았다. 자살을 예고하는 징후로는 20대 이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사진·문구를 자살과 관련된 내용으로 바꾸는 등 죽음을 위한 신변 정리를 하는 행동을 보였다. 경계심, 불안감이 증폭되기도 했다.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내고, 인터넷에서 자살하는 방법을 검색하는 등의 특징도 보였다.

30~40대는 갑자기 술을 많이 먹는 증상을 보이고, 지인·가족까지 관계 단절이 확장되는 모습이 뚜렷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과거의 잘못을 비는 등의 행동이나 언어도 나타났다.

중·장년층인 50~60대는 주변 사람들에게 평소와 달리 호의를 베푸는 등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자식들에게 ‘어머니(혹은 아버지) 잘 모셔라’는 당부의 말을 하는 등의 위험 징후를 보였다.

이런 암시들은 ‘내가 힘드니 나를 좀 도와줘. 내가 자살할지도 모르니 좀 말려줘’라는 일종의 ‘SOS’ 신호다. 그렇다면 주위로부터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또는 경찰서에라도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고충을 표현했을 때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등의 표현은 상대방에게 오히려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걱정마. 모든 것이 잘될 거야’라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말도 상대방에게 공감을 주지 못한다. 되도록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말을 깊이 경청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혼자 있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주변에 누군가 있으면 자살을 시도하기 어렵다. 또 되도록 술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술은 평소 충동을 억제하던 이성을 약하게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권유하는 것도 좋다. 대다수 자살 사고는 우울증을 비롯해 정신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발생한다. 이를 조기에 발견해 중재한다면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 전문가를 찾는 것이 힘들다면 보건복지콜센터(국번 없이 129)나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 등을 안내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안용민 <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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