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현재 수습된 사망자만 200명에 육박하고 실종자도 100명이 넘는 초대형 참사가 발생했지만, 정부의 사후대응을 놓고 우왕좌왕했다는 여론의 매서운 비판이 잦아들지 않는데다 구조작업의 지연으로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마저 보이는데도 마땅한 수습책이 없는데 따른 '불가피한 결심'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견상 `세월호 침몰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 총리가 모든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안고 떠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정 총리 스스로도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후 대응과 관련한 총체적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짊어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총리는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제때에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발짝 더 들여다보면 이번 사고를 놓고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더욱 확산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칫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 국정의 제2인자인 정 총리 전격 사퇴의 배경으로도 풀이된다.
벌써 일부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큰 폭으로 하락, 50%선으로 밀린 것으로 조사된 점도 어떤 형태로든 민심수습의 카드가 절박한 시점이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고가 민심의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 터였다.
특히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의 성패를 가를 분기점이라는 인식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로 지방선거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여권 내부의 개각 요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던 상황도 고려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 더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런 점에서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이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정 총리 사의 표명의 후속대책과 관련해서는 임면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숙고해서 판단할 것으로 안다"고 밝혀 '사전 조율'은 없었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반려'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치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관련 후속대책을 끌고가기에는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정 총리의 사의표명에 대해 "무책임하고 비겁한 회피"라고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박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게다가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앞으로 이번 사고와 관련한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에 나설지도 관심거리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위기관리 난맥상과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강하게 질타했지만, 대국민 사과 성격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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