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세월호 구명벌·조끼 日서 취항 당시인 20년前 제작

입력 2014-04-28 20:56   수정 2014-04-29 04:05

'정상' 판정 불구 제기능 못해
구명벌 4개, 침몰 13일만에 떠올라



[ 박재민 기자 ] 세월호와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았던 구명뗏목(구명벌)이 침몰 13일 만에 스스로 수면 위로 나왔다.

28일 새벽 구조팀은 사고 현장에서 물 위에 떠 있는 빨간색 물체 4개를 발견했다. 사고 당시 승객을 두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이 펼칠 생각도 하지 않은 구명뗏목이었다. 침몰 당시 해양경찰 대원이 2개를 직접 바다로 떨어뜨렸을 뿐이다. 그때 펼쳐지지 않았던 한 개가 뒤늦게 떠오른 것이다.

이날 구명뗏목을 발견한 구조원들은 “그때 펼쳐졌어야지”라며 한숨을 지었다.

구명뗏목은 배가 침몰해 일정 수압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팽창하는 튜브식 탈출 보조기구로 물속 3~5m 지점에서 무조건 펼쳐지게 돼 있다. 뗏목 안에는 응급약품과 비상식량, 낚시 도구가 들어 있다. 전방 천막을 닫아 입구를 막으면 해수 유입도 차단된다. 겨울철을 제외하면 조난시 최대 10일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돼 있다.

배가 침몰할 때 승객 생명을 마지막으로 구할 수 있는 장비지만 세월호 구명뗏목은 무용지물이었다. 세월호가 40m 깊이까지 가라앉고 나서야 떠올랐다.

세월호 구명뗏목 대부분은 일본에서 배가 처음으로 취항한 1994년에 제작됐다. 20년이나 된 구조장비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건 구명뗏목이 정해진 내구연한이 없고 정기 점검 과정에서 이상 있는 것만 교체하도록 돼 있어서다.

검사 주체인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안전점검에서 세월호 구명뗏목 모두에 ‘정상’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 구명뗏목은 44개 중 1개에 불과했다.

문제는 구명뗏목만이 아니었다. ‘MAY. 1994.’ 세월호 희생자들이 입었던 구명조끼에 적혀 있는 제조연월이다. 이 역시 20년이 지난 제품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제 기능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승객이 이를 착용했더라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력재가 부식되거나 손상된 경우에는 제대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구명조끼 역시 안전점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재민 기자 indueti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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