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통일, 그 뭉클한 순간을 위해

입력 2014-04-28 21:30   수정 2014-04-29 04:48

설레고 조심스런 첫 데이트처럼
차근차근 마음의 벽 허물었으면

조현민 <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3490 target=_blank>대한항공 전무·진에어 전무 emilycho@koreanair.com >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리는 A380 인수 준비를 위해 2010년 독일 함부르크 에어버스 본사를 찾았을 때 일이다. 함께 일을 진행해준 현지 스태프와 함부르크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앞으로 에어버스와 대한항공이 함께 추진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스태프가 문득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물었다.

사실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꼭 이뤄져야 하지만, 솔직히 조금은 천천히 체계적으로 진행됐으면 합니다.” 내 대답을 들은 그는 통일 이후 20여년간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온 독일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그는 “모르는 척한다고 분단의 현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당신의 세대가 더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다른 삶을 살았던 남북이 ‘코리아(Korea)’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통일은 분명 필요하다. 일단 내수 시장이 5000만명에서 8000만명으로 커지게 된다. 항공 시장 단 하나만 보더라도 통일된 대한민국이 얻게 될 이득은 무궁무진하다. 한반도의 끝과 끝을 연결함으로써 이뤄지는 국내선 시장 확충과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것만 생각해도 그렇다.

하지만 이산가족의 아픔도 모르고 살아온 우리 세대가 통일을 위해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들은 아직까지 통일이 가져올 불편함과 경제적 불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북한 주민들은 ‘먼 이웃’과 같은 존재라고 여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 뉴스를 보면서 가슴 한편으로 뭉클함을 느끼는 것도 우리다.

지난 60년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차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반드시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분명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한 발걸음이라 믿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과제 통일. 꼭 처음 방문하는 외국처럼, 첫 데이트처럼,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호감도를 높여가면서 마음속의 벽을 허무는 것이 통일을 위한 준비의 첫 단계일 것이다.

조현민 < 대한항공 전무·진에어 전무 emilycho@koreanai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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