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알에 100만원…美길리어드, 年10조 '대박'

입력 2014-04-29 20:48   수정 2014-04-30 04:09

인사이드 스토리 - 애써 개발해도…한국은 많이 팔리면 약값 깎는데

15년간 적자 내던 벤처기업이…
정예인력으로 항바이러스 '한우물'…창업 27년, 글로벌 제약사 도약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 앞세워 1분기 매출 100%·영업익 200%↑



[ 김형호 기자 ]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제약사로 유명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폭발적 성장세가 국내 제약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길리어드는 국내 제약사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롤 모델’ 회사다. 특화된 신약을 앞세워 창업 27년 만에 시가총액 1220억달러(약 126조원)의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2002년 시가총액은 국내 상위 제약사에도 못 미치는 2억달러(약 2000억원) 수준이었다.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신약을 많이 팔수록 약값이 깎이는 ‘사용량·약가 연동제’나 ‘저가구매 인센티브’ 같은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동안 짧은 업력의 길리어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상을 일궈낸 것이다.


○소발디 연매출 100억달러

길리어드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C형 간염치료제 ‘소발디’는 국내외 제약사에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약의 가격은 한 알에 1000달러다. C형 간염환자가 이 약을 12주 동안 복용하면 90% 완치율을 보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12주치 약값만 8만4000달러(약 8500만원)다.

지난 22일 발표된 길리어드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0억달러와 30억달러였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60%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00% 늘었고, 영업이익은 200% 증가했다. 지난해 연매출 112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거대 제약사가 이 같은 고성장을 기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소발디는 미국과 유럽에서 지난 1분기에만 22억7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어치가 팔렸다. 출시 첫해에 10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는 ‘메가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의약품 전체 시장이 15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소발디 위력이 실감난다.

○“한 알 1000달러 안 비싸다”

소발디는 주사 형태로 24주간 투여하는 C형 간염치료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매일 1회 복용하는 ‘먹는 약’(경구약)이라는 점과 ‘12주 투여 후 90% 완치율’을 앞세워 환자들을 사로잡았다.

정윤심 길리어드 한국법인 전무는 “완치율이 낮아 간암으로 전이되거나 간이식을 받아야 했던 C형 간염 환자의 특징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내에 완치가 가능한 소발디 가격은 결코 높은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길리어드는 국내에서는 2017년 출시를 목표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정 전무는 “빠른 출시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아 일정을 가능한 한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분야에 역량 집중

길리어드는 1987년 벤처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15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를 믿고 기다려준 장기투자자들 덕분에 ‘항바이러스’ 분야 한우물만 팔 수 있었다.

존 마틴 길리어드 최고경영자(CEO)는 ‘길리어드는 의약품이 아니라 과학을 파는 회사’라는 경영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연구개발 외에 마케팅 인력을 최소화했다. 길리어드의 전체 직원은 6000여명으로 비슷한 매출의 다국적 제약사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다양한 제품을 다루는 다국적 제약사들과 달리 에이즈치료제, 간염치료제 등 특정 분야 제품 개발에만 몰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길리어드 내부에서는 이를 ‘작은 문화(culture of smallness)’라고 평한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 단장은 “항바이러스 중심으로 기존 치료제와 다른 신약을 개발하는 게 길리어드 성장전략”이라며 “국내 업체들도 백화점식 제품전략보다는 희소성이 크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특정질환에 승부를 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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