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5억 투자…美존스홉킨스와 시범사업
[ 조미현 기자 ] “초음파로는 담낭 용종이 보입니다. 크기가 1㎝ 미만이기 때문에 계속 관찰이 필요합니다.”(내과의사)
“선생님, 담낭 용종이 뭐죠?”(환자)
담낭 용종을 처음 들어본 환자는 큰 병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정희두 헬스웨이브 대표(사진)는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히포크라테스가 있던 기원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의료 애니메이션이 의사와 환자 간 의사소통 도구가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2009년 설립한 헬스웨이브는 의료 애니메이션 ‘하이차트’를 운영하는 회사다. 질병 개념, 수술 방법, 입·퇴원 정보 등 병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정 대표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한림대강동성심병원 등 전국 17개 병원에서 하이차트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들은 병상 수에 따라 월 8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이용료를 낸다.
이들 병원 의사는 환자에게 필요한 애니메이션 인터넷 주소를 환자 휴대폰으로 전송한다. 하이차트는 병원에서 쓰는 의료정보시스템인 전자차트와 연계돼 있어 의사 PC에서 바로 애니메이션을 보낼 수 있다. 환자는 의사가 보낸 URL 주소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PC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900여종 질병에 관한 애니메이션이 나왔다”며 “간호사와 의사들이 콘텐츠 개발에 참여하기 때문에 정확성과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헬스웨이브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에서 5억원을 투자받았다.
헬스웨이브는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와 이비인후과 분야에서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환자교육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의료용 ‘카카오톡’인 ‘헬스브리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정 대표는 “헬스브리즈는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한 세계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의료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대병원 전공의를 거치면서다. 질병의 원인, 수술 이유, 방법, 부작용 등 환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해주는 게 즐거웠고 보람도 느꼈다. 환자에게 세 시간 동안 설명한 끝에 수술 동의서를 받은 적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데도 자신이 있었던 정 대표는 역사만화 ‘먼나라 이웃나라’를 그린 이원복 만화가처럼 의료 만화가를 꿈꾸기도 했다. 그는 “2002년 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 본격적으로 의료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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