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적인 애도 물결이 이어지며 축제, 행사 등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래시장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29일 찾은 서울 중구 동대문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의류나 잡화 등을 판매하는 상점에는 소매업자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단체 행사 관련 물품을 제작하는 상점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일치감치 문을 닫은 가게도 군데군데 보였다.
이곳에서 타월 제작업을 하는 A씨는 "최근 행사 관련 주문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봄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야유회, 운동회 등 행사 관련 단체 주문은 행사 취소 여파로 완전히 끊겼다는 설명이다.
다른 업종도 상황은 비슷했다. 단체복 전문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 경기를 묻자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3월부터 5월 말 까지는 여러 행사가 많아 1년 중 가장 바쁠 시기인데 올해는 보다시피 단체 주문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행사 취소 탓이다. "지난 해 이맘때에 비해 70% 이상 주문이 줄었다"며 근심스럼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가 나쁘다고 마냥 불평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B씨는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이 그렇게 가슴 아픈 일을 겪었는데, 내가 고작 먹고 살기 힘들다고 속상해 할 수 있겠는가"라며 당장의 생계 걱정보단 세월호 참사에 가슴아파했다. 이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무사 귀환하기를 바란다"며 간절히 기원했다.
경기는 찬바람이 불지만 상인들의 마음은 더 없이 따뜻했다.
한경닷컴 오수연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 4년) suyon9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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